책을 많이 읽는다고 자부하는 편이지만, 특정 작가나 특정 분야에 쏠린 독서를 하는 탓에 많은 작가들을 다 알지는 못한다. 이번 호의 'zoom in'에서 만난 김현 작가도 처음 알게 된 작가인데, 시를 쓰는 사람이다보니 '작가 초상'에 쓰인 글이 굉장히 신선하다. 짧게 짧게 끊긴 문장에서 그림이 그려지고, 책장은 빨리 넘어가는데 호흡이 빠르지도 않다. 날아가는 생각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으며 한 단어씩 써내린 일기장 같기도 하고.
'문학이란 말을 갖다붙이면 작은 위용이 생긴다(p.51).'는 부분에 크게 공감했다. 담론이 아니라 상품이 되었다는 것들, 상품이 되지 못한 것들을 들여다보며 요즘 가장 크게 관심을 가지는 차별에 대해 생각하느라 한동안 페이지가 멈춰있었다. 허심탄회하게 말하자면 글을 조리있게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데, 문학이란 꼭 조리있게 써야만 문학인 걸까?
"말이 달려나가지 않을 때는 글을 끝내는 것이 좋다(p.55).". 기록을 끝마칠 때가 되었다. 다음은 어느 페이지에 시선이 머물러 기록을 남길까.
p.55
반성하며 살았으면 싶은 것들은 반성하지 않고
아프지 말았으면 하는 것들은 아프고
죽었으면 하는 것들은 살아간다
살아야지 하는 것들인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