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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알파고로 대변되는 인공지능 시대가 다가온다며 세상이 소란하다. 그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생각한다. 인간이란 무엇일까? 어쩌면 한 인간이 지나온 기억의 총합이 이간의 본질은 아닐지. 개인적인 기억과, 그 개인과 결코 무관할 수 없는 역사와 꿈과 고통과 상상과 온갖 보이지 않는 것들이 인간을 구성하는 것은 아닐지, 보이지 않지만 결코 잃어버릴 수도 잊을 수도 없는 것들 말이다.
(중략) 그렇다면 보존복원 또한 인공지능에 전적으로 의지하게 될까? 복원된 결과물만 필요한 것이라면 인공지능에 의지하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 기계는 인간의 눈으로 지각할 수 없는 단위 내에서 색조, 반사율을 조절할 것이며, 작품 표면의 질감도 수백분의 몇 밀리미터 단위로 쌓아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물이나 예술작품의 가치는 물질로서의 존재보다 그것을 둘러싼 이야기로부터 나온다. 명작들은 과거의 이야기뿐 아니라 동시대 사람들로부터 새로운 이야기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덧입으며 새 생명을 획득해나간다. 보존복원이란 행위는 새로운 이야기가 유물에 덧입혀지는 과정이다. 그 끊임없는 과정 속에서 유물은 살아 있는 역사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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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존복원에 대한 저자의 소신과 어떤 사명감이 느껴진 대목이었다. 과연 완벽한 복원과 보존 만이 옳은 것의 전부가 될 수 있을까?
모든 유물과 유품, 작품은 그것에 감동을 받은 사람이 있기 때문에 가치가 생긴다고 생각한다. 결국은 사람이다. 어떤 사물에 가치를 부여하고, 몇백 몇천 년간 보존해오며 구겨진 신발 한짝도 유리관 안에 넣는 것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보존이란 그 유물이 앞으로도 제 형태를 남기게 하는 물질적, 화학적 행위를 넘어 그 가치를 남기는 것이고, 복원이란 원래의 모습을 찾는 것을 넘어 그 안의 역사와 감동을 기억하게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