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제목부터가 굉장히 근엄하다.
'참회록'이라니.
거기다 작가가 무려 '레프 톨스토이'다.
톨스토이가 누구인가.
'부활', '안나 카레리나', '전쟁과 평화'를 쓴 러시아의 대문호가 아닌가.
이 책 쉽지 않겠다고 생각하며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이 책은 상당히 재밌다.
아니, 재미있다기보다는 이 책의 내용이, 그러니까 톨스토이의 생각이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서 여러 가지로 너무 공감이 갔다.
'참회록'이라는 제목을 달고는 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자신의 죄를 뉘우치는 내용이라기보다는 '왜 살아야 하는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톨스토이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은 글에 가깝다.
이 책은 160 페이지 정도의 얇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에 비해서는 오래 읽었다.
그것은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여러 가지 생각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리고 톨스토이가 의도가 내가 짐작하는 것과 같은 것인지를 가늠해보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하지만 다루고 있는 이야기의 깊이나 러시아 작가의 글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꽤 수월하게 읽었다.
톨스토이가 자신의 생각을 꾸밈없이 너무나도 솔직하게 썼고, 러시아 특유의 그 어려운 이름의 등장인물들이 나오지 않아서가 아닐까 싶다.
톨스토이는 종교를 의식적으로 믿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그 이유가 너무나도 와닿다.
종교를 믿는다는 것은 그 종교의 뜻을 따르겠다는 의미가 당연히 포함된 것일 텐데, 종교가 그저 자신의 필요를 충족해주는 도구 같은 것으로 전락해버린 느낌을 받곤 한다.
톨스토이도 그런 이유로 종교에서 멀어진다.
그는 어느 날부터인가 막막한 의혹에 가로막혀 삶이 멈춰버린 것 같은 순간을 맞는다.
그는 지식을 통해 그렇게 찾아온 질문의 답을 찾아보려 애쓴다.
하지만 결국 지식을 통해서는 그 답을 얻을 수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된다.
그는 자신과 같은 계층의 사람들을 살펴보기 시작했는데, 자신과 같은 질문을 아예 하지 않는 자, 질문을 하기는 하지만 삶에 취해서 그 질문을 애써 외면하는 자, 그 질문의 결론을 내리고 그로 인해 자살하는 자, 마지막으로 질문의 답은 내렸지만 자살할 용기는 없어서 억지로 끌려가는 자로 나뉜다고 보았다.
이쯤 읽으면 갑갑해진다.
나는 하루라도 더 살고 싶은 사람이라 이 이야기에 공감이 가지 않을 줄 알았는데, 이 책을 읽고 있다 보면 논리적으로는 어떤 반박도 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어쨌든 그는 결국 다시 종교 쪽으로 마음을 기운다.
그것은 앞서 말했던 그 모든 것을 신앙의 힘으로 이겨낼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 아니라
유한한 우리의 삶을 무한한 것으로 바꾸어 줄 수 있는 것은 무한한 종교뿐이라는 결론에 가까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국 톨스토이도 완벽한 해답을 나에게 주지는 못했다.
자신의 질문에 대한 답변을 그 스스로도 완결 짓지는 못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나에게 자신이 꾼 꿈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것이 어떤 의미를 나타내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어렴풋이 어떤 느낌인지만 느꼈을 뿐이다.
하지만 분명 그는 내게도 그 '질문'들을 확실히 심어놓았음에 틀림없다.
이제부터 나는 내 나름대로의 답을 찾아갈 것이고 말이다.
'참회록'을 읽으며 나는 톨스토이의 '부활'을 떠올렸다.
이 '참회록'을 소설로 풀어쓰면 '부활'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그래서 '부활'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어쩌면 '참회록'에서 얻지 못했던 답을 '부활'에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