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범생의 생존법'이라는 제목만으로도 흥미가 생겼다.
학교생활이 '생존'을 논할 정도가 되었구나 하는 씁쓸한 마음과 함께.
이 소설 속의 학교인 두성고는 '인재의 요람'으로 불리는 지역에서 알아주는 고등학교다.
알아주는 고등학교라는 것은 그 학교가 많은 학생들을 명문고에 진학 시킨다는 의미겠지.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학교에서 특별히 뭔가를 해준다는 느낌보다는 아이들이 알아서 학원과 과외를 다니며 공부하는 느낌이 강하다.
물론 학교에선 상위권 아이들을 모아 특별한 자습실인 '정독실'이라는 것을 운영하긴 하지만.
이 고등학교엔 두성 중학교 출신들과 시민 중학교 출신 아이들이 섞여 있는데, 그중 두성 중학교 출신 아이들 쪽이 기세가 등등하다.
선생님들도 그쪽 아이들을 더 신경 써주는 눈치고.
이 구도가 많이 익숙했다.
연합고사 점수에 실기 시험까지 쳐서 들어간 예고에서 나는 3년 내내 아웃사이더였다.
일단 예중을 거쳐 예고에 올라온 아이들과 일반 중학교를 거쳐서 예고로 진학한 아이들이 나뉘었다.
후자이면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나는 자연스럽게 학교에서 겉돌았다.
학생들 간에 급이 나눠져 있는 느낌을 받긴 했지만 딱히 신경 쓰진 않았었다.
그건 내가 겉돌았던 이유가 다행히 왕따를 비롯한 학교 폭력 때문이 아니라 내 성향에 의한 것이어서 이리라.
나에게 이런 배경이 있기에 이 소설을 더욱 몰입해서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거기다 학교 끝나면 주말도 없이 화실로 가서 밤늦게까지 그림을 그리고, 집에 와서 숙제를 하고 자야 하는 생활을 했던지라 더더욱.
유빈이가 전학 가기 전에 준호와 조금이라도 더 친해지길, 아니 유빈이가 아예 전학을 가지 않게 되기를 바라면 책을 읽다가 갑자기 끝나버리는 느낌이라 아쉬웠던 것만 빼면 이 책은 정말 재밌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이 책의 아이들처럼 어떤 한 시기를 최선을 다해 치열하게 살아본 사람은 어떤 힘든 시기가 닥쳐도 이겨나갈 수 있다.
그 노력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지 간에, 내가 최선을 다했다는 그 느낌은 자신감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난 이 책의 아이들을 응원하고 싶어진다.
자기들끼리는 2학년 선배를 대단하게 생각하지만, 어차피 다 어린아이들이 아닌가.
다만 하림이와 병서까지 응원할 수 있을지는 솔직히 모르겠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와닿았던 문장은
"그냥 하는 거야, 그냥. 내 앞에 놓인 것들에 많은 이유를 달지 않고 그냥, 일단 하는 거지. 결과는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결과를 생각하니까 불안한 거거든."
항상 결과를 예상하며 불안해하느라 오히려 뭔가를 시작해보지도 못하는 나에게, 정말 큰 격려를 해주는 문장이다.
이 문장, 다이어리 앞에 써놓고 계속 보리라 마음먹었다.
그럼 나도 이 책의 아이들처럼 조금씩이라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