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우가 말한 '웹드 주인공 같은'면은 아마 나의 이런 부분들을 두고 한 말일 거다. 의사 아빠를 둔 모범생. 특별히 모나지 않은 사회성과 외모……. 하지만 그건 겉으로 드러난 나일 뿐이다. 그런 나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면, 그 대상은 진짜 내가 아니다. 자기가 상상한, 자신이 바라는 이미지를 좋아하는 거지.(p 15)
나에게 성적은 그런 세계를 견디기 위한 최소한의 보험같은 거였다. 천적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길고 튼튼한 다리를 가지고 있는 얼룩말처럼. 나에게 좋은 성적마저 없었으면 만만하고 약한 누군가를 찾는 아이들의 표적이 됐을 거다...
성적이 보험이라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나를 살게 하는 힘이고 기쁨이었다. 그 아이가 있어서 교실이 좋았고, 그 아이가 있는 학교에 가고 싶었다. 물론 그 애정이 쌍방향이 된 적은 한 번도 없지만.( p29)
모르겠다. 달리는 말에 채찍질하는 것처럼 더!더!더! 잘하라고, 죽을 때까지 '노오력'해서 최고가 되라고 한다면, 죽을 때까지 행복해질 일은 없지 않을까? 그래서 보나 선배가 실수로라도 부자가 되고 싶지 않다고 했나? 욕심은 바닷물처럼 마실수록 갈증만 더한다는 걸 일찌감치 파악해서?
갑자기 보나 선배가 친근하게 느껴졌다. 선배도 나처럼 인간이구나. 저런 스트레스 속에서 사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p 82)
어릴 때부터 칭찬에 익숙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은 겪어 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두성고에 들어온 순간부터 내내 혼란스러웠다. 꼭 학교가 날 밀어내는 기분이다. 물론 버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두성고에서 생존하려면 추락한 나의 지위를 받아들이고, 자존심이고 뭐고 내던져야만 한다.
아니면…… 전학을 가거나(p 87)
그냥 하는 거야, 그냥. 내 앞에 놓인 것들에 많은 이유를 달지 않고 그냥, 일단 하는 거지. 결과는 어차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게 아니니까. 결과를 생각하니까 불안한 거거든.(p 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