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물, 미스터리물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독파 챌린지에 '청춘 미스터리물'이라고 소개된 이 '책과 열쇠의 계절'을 바로 신청했었다.
미스터리물이 아니라 '청춘' 미스터리물이라는 것이 조금 걸리긴 했지만.
그.런.데...
책을 펼쳐서 '작가 소개'부터 읽기 시작하는데, 이 작가의 작품 중 눈에 띄는 것이 있었으니...그것은 바로 '빙과'.
몇 년 전에 꽤 괜찮다고 추천을 받아서 보다가 2화의 벽을 넘지 못하고 관뒀던 그 애니...
남자 주인공은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저 여자 주인공의 성격을 도무지 참지 못하고 포기했었다.
거기다 추리물이라고 추천을 받았던지라 더더욱 못 견딘 건지도.
내가 생각하던 추리물과는 너무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이게 무슨 추리물이냐!!!!
그런데 그 애니가 원작이 있었다니.
그리고 그 작가가 이제부터 내가 읽을 책의 작가라니.
시작부터 '책과 열쇠의 계절'에 대한 기대치가 한없이 낮아지는 느낌이었다.
이 소설은 빙과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느낌이긴 한데, 부서가 다르다.
빙과는 '고전부' 부원들 위주의 이야기였다면 '책과 열쇠의 계절'은 찾는 사람이 거의 없는 도서관의 '도서 위원'들의 이야기이다.
나, 호리카와의 시점에서 같은 도서 위원인 마쓰쿠라 시몬과의 이야기가 펼쳐지는데, 희한하게도 이 둘에게는 이런저런 사건들이 소소하게 계속 생긴다.
자기네 집의 금고문을 열어달라고 선배가 부탁을 한다거나, 할인 쿠폰 때문에 같이 갔던 미용실에 작은 사건이 일어난다거나, 자살한 선배가 마지막에 읽은 책을 찾아내게 된다거나...
어찌 보면 풀어도 그만 안 풀어도 그만인 사건들이라 크게 긴장감을 가지고 읽지 않아도 돼서 좋긴 했다.
거기다 포와로나 홈즈처럼 자신의 추리 과정을 납득이 가게 설명하는 것이 아니라 호리카와와 마쓰쿠라가 이심전심으로 자기들만 아는 얘기를 하고 지나가는 느낌이라 뭔가가 해결된 느낌이 아니기도 했다.
원서를 구해서 일본어로 읽었으면 좀 더 이해가 잘 되었으려나...?
상황이 아예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느낌도 아닌 뭐 그런 거..?
그래도 어느 정도 이야기의 흐름에 적응하고 읽어가고 있었는데, 마지막 사건은 정말...
그래서 뭐 어떻게 되는 건데...?
이건 뭐 열린 결말이라고 부를 수도 없지 않나...?
내심 마음에 들어 하고 있던 캐릭터여서 결말이 더 당황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결국 끝까지 깔끔하게 결론을 내지 않는구나 하면 책을 덮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소설로 꽤나 적응이 됐다 생각하고 다시 '빙과'에 도전해보려고 하다가 역시나 여주인공의 이기적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행동에 바로 포기했다.
나도 그새 좀 변했나 했더니... 전혀 변하지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