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와 나의 3천 엔> 표지가 참 마음에 들었다. 겉 표지도 속 표지도 할머니와 손녀(처음에는 손녀라는 생각을 하지는 못했지만)와 강아지, 그리고 물과 풀, 마음을 편안하고 포근하게 만들어 주었다. 불안정하고 슬픔으로 가득 차 있던 내 마음을 조금은 다독여 주는 표지여서 책을 펼치게 되었다.
장편이지만 연작소설처럼 각각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두 명의 손녀와 며느리와 할머니(시어머니)가 (+할머니의 젊은 친구) 경제와 절약과 그들의 삶을 이야기한다. 각 나이대별로의 다양한 이야기가 우리들의 고민과 딱 맞아떨어져서 고개를 주억거리게 만들었다. 할머니와 며느리의 나이가 되려면 아직 멀었지만, 그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었고 특히 할머니의 지혜를 엿볼 수있어서 좋았다. 350 페이지 정도로 짧다고는 할 수 없는데 정말로 쑤욱 읽혀서 신기하기도 했고 더 재미있기도 했다.
"인생은 원래 불합리한 거야. 불합리한 일이 없다면 절약이니 경제니 하는 게 왜 필요하겠니? 절약은 살아가는 걸 받아들인 다음에 하는 거야. 비용 대비 효과 따윈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절약도 할 수 있어. 안 그럼 나 같은 늙은이는 이만 죽어버리는 편이 낫다는 소리 아니니?" _p.203_
"딱히 도모코 씨에게 이혼을 권하는 건 아닙니다. 그저 경제적인 문제에서 본인이 모두 참으면 된다는 식으로는 생각하지 마시라는 거예요. 경제적인 면은 차치하고 정말 자신이 뭘 어떻게 하고 싶은지 한번 잘 생각해보세요." _p.264_
책을 다 읽고나서 작가 소개를 다시 읽어보니 하라다 히카 작가님은 창작 라디오 드라마 각본 공모전에서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고 방송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 했다고 한다. '방송과 문학을 아우르는 감각으로 일상적 소재를 섬세하고도 속도감 있게 그려냄으로써 폭넓은 세대의 호응을 받으며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고 하는데 그 느낌을 딱 알겠더라. 그리고 더 술술 읽히는 이유중의 하나가 대화체가 상당히 많아서라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어느 인생에도 절대적인 안정 같은 건 없어." _p.151_
아! 구체적으로 절약하는 방법이 나오는데 일본 엔화로 나와서 한국에서는 원화로 하면 어떻게 달라질까 생각을 하는 재미도 있었다. 어느 나라든지 어떤 문화든지 비슷비슷 한 것이 많다는건 인간이기에 그런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