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현 작가의 '그들의 이해관계'는 총 9편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중 첫 번째 단편소설인 '그들의 이해관계'와 두 번째 단편소설 '나쁜 사마리안'에 교통사고로 죽은 해주와 그의 남편이 나오기 때문에
이 소설은 장편소설이고 각각의 챕터에 제목이 붙어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다 그다음 이야기인 '해원'에서부터 그들이 나오지 않는 것을 보고 깨달았다.
이 이야기는 장편 소설이 아니라 각각의 단편 소설이라는 것을.
사실 난 첫 번째 단편인 '그들의 이해관계'를 읽으면서부터 이 책이 마음에 들었다.
작가가 써 내려가는 이야기가 이 세상의 뒷면을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아침에 출근한다고 집을 나섰는데, 내가 횡단보도 앞에 서자마자 신호가 바뀌고,
지하철을 타서 아무 생각 없이 선 앞자리 사람이 바로 내리거나 하는 그런 날이 있다.
그런 경우 나는 그저 그날의 운세가 좋구나 하는 기쁜 마음을 느낄 뿐이었다.
그러나 이 책의 한 인물은 이렇게 말한다.
나는 그렇습니다. 사람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느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게 되면 결국엔 경로를 벗어나버리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한쪽이 자꾸 좋아진다는 것은 누군가 나쁜 쪽을 떠안게 된다는 것 아니겠습니까.
본래는 공평하게 나눠서 나쁜 일을 상쇄시킬 수 있는 문제인데도 누군가 한쪽만 너무 갖게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내가 생각해보지 못한 발상이었다.
이 세상 전체의 행운과 불행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각각의 사람이 공평하게 나눠야 하는데, 한 명에게 몰리게 되면 남은 사람은 어찌 될까...
이렇듯 이 책은 세상이 돌아가는 '진정한' 작동 원리를 아느냐고 나에게 9개의 소설을 통해 계속 묻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네가 아는 것이 전부가 아니야'라고 하는 듯한 느낌.
그래서 이 책이 나에겐 너무 매력적이었다.
마지막 몇 문장으로 인해 이제까지 읽었던 모든 내용이 다 뒤집어져버리는 오싹하면서도 짜릿한 쾌감도 느낄 수 있었고,
철학적이라고까지 할 수 있는 여러 생각들도 해봤다.
임현 작가의 매력에 빠져서 다른 작품을 읽어보려고 찾아봤더니 임현 작가의 단독 소설은 아직 이 '그들의 이해관계'밖에 없나 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