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인생은 3천 엔을 어떻게 쓰는지에 달려 있단다.
말 그대로야. 3천 엔 정도의 소액으로 사는 것, 고르는 것, 하는 일이 쌓여서 그 사람의 인생을 만들어간다는 뜻이지.
하라다 히카가 쓴 '할머니와 나의 3천 엔'.
처음엔 작가의 자전적인 금전에 관한 생각을 풀어놓은 책이라고 생각했다.
일종의 자기 계발서 같은 그런 책으로 오해했다는 얘기다.
이 책은 한 가족에 속해있는 3대 여성들, 즉 할머니, 어머니, 두 자매의 이야기이다.
각각의 여성들은 나이와 현재 상황에 따라 자신만의 경제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다.
다양한 나이대의 인물들이 이야기를 끌고 가다 보니 인생의 주요 대목, 취업, 결혼, 노년의 삶 등의 이야기들이 총망라된다.
그중 나에게 가장 와닿는 이야기는 엄마인 도모코의 이야기였는데, 나이대가 비슷하기도 하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점에서도 그랬다.
할머니인 고토코와 큰딸 마호, 동생 미호의 이야기는 공감이 가는 부분도, 아닌 부분도 있었다.
노년에 어떻게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여유 자금을 넉넉하게 모아두고 싶어 하는 할머니의 모습이나 쿠폰 등을 모아 알뜰하게 살아보려는 언니의 모습 등은 내 모습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
일본의 상황과 완전히 똑같지는 않기 때문에 무슨 말인가 싶은 대목도 종종 있긴 했다.
나는 여러 가지 쿠폰까지 끌어모아 알뜰하게 살고 있다고 내 삶에 만족하다가도
호화롭게 결혼하는 친구를 보며 갑자기 자신의 삶이 구차하게 느껴진다거나 하는 것에 대한 묘사 등도 와닿았다.
일일이 다른 사람과 비교하며 살진 않는다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 누군가와 비교되어 비참해지는 일은 꽤 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절약하는 비법 같은 걸 알게 되진 않았다.
그런 걸 알려주기 위한 책도 아니었고.
하지만 살아가는 과정에서 만났거나 만날 여러 상황에 대해 여러 가지로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그러고 보면 세세한 상황들은 다를지 몰라도 사람 사는 건 다 비슷비슷한 거 같기도 하다.
그나저나 나는 나의 인생을 3만 원으로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