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게 그렇다네. 엘리베이터 안에서 현관문은 제대로 잠갔는지, 가스불은 제대로 꺼둔 게 맞는지, 방금까지 옆에 두고 볼륨을 조절했던 리모컨은 도대체 어디로 간 거지? 냉장고 앞에서 지금 내가 뭘 꺼내려고 한 거야? 매번 확신할 수 없고, 어제 먹은 점심 메뉴가 가물가물한 사람들조차도 사랑하는 연인과 처음 함께 거닐었던 골목의 풍경들은 비교적 생생하게 기억한다네. 이별을 말할 때 무심하게 서 있던 가로등과 그 무렵에 듣던 노래들도 좀처럼 잊히지 않는 법이라네. 인생사를 희로액락으로 정리하는 것도 우연은 아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