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호선 지하철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본 적 있는가?
땅 위와 아래를 오르내리며 둥근 궤도를 도는 지하철.
무표정의 사람들이 관성처럼 지하철에 오른다.
그러나 그 속에서 지하철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낚아낸다.
언제나 제시간, 자신을 지하철 속으로 욱여넣기로 한 완주 씨의 모습에선 대학 시절 나의 모습을 발견한다.
그러나 완주 씨의 전력 질주 속에는 우리 시대 든든한 가장의 성실하고 따뜻한 모습도 한 스푼-
시청역에선 부지런한 왕년의 해녀 할머니 -
보자기 속 딸 몫의 기쁨은 우리도 아는 그 기쁨.
성수역에선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유선 씨' 가 겁보, 울보, 잠보였던 자신과 똑 닮은 귀여운 아이들과 함께 오르고,
구의역에선 신발만 봐도 그 사람의 내력을 척척 읊어내는 성실한 재성 아저씨.
그의 관록엔 존경이 느껴진다.
강남역에서 탄 우리 아들 나이 뻘의 나윤이.
몸을 흔들며 반가움을 표현하는 지하철 마음도 모르고, 고단한 쪽잠이 애처롭게 느껴진다.
뭐든지 파는 구공철 씨가 벌게진 뒷목을 스윽 쓸어내리고 다음 칸으로 사라지면,
우리가 한 번쯤 어깨를 신세 진 마음씨 따뜻한 도영 총각이 등장한다.
일곱 칸 의자 위 일곱 개의 이름을 하나씩 나지막이 읊조리는 지하철.
신도림역까지 한 바퀴 돌고 나서도 지하철의 이야기는 다시금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