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말입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면서 지금의 선택이 더 나은 쪽일 거라고 맹신하는 존재들 아닙니까. 그로부터 생겨난 불운이라면 무언가 다른 이유가 개입했을 거라고 의심부터 하려 들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런 것들이 어떤 일의 결괏값이 아 니라 원인이라면요? 당장의 작은 사고가 더 큰 불상사를 피하는 동기라면요? 조금의 불편함으로 더 크고 엄청난 재앙을 피했던 걸 수도 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눈앞의 불편함만 불평했던 게 아닌가. 더구나 전체적으로 보자면 나의 불행이 세상을 더 좋은 쪽으로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아니라면, 선량한 마음으로 도왔는데 어떻게 전혀 실은 그 사람을 더 나쁜 상황으로 내모는 게 아닌지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는 겁니까. 나중에라도 나를 원망하고 탓하게 될지 전혀 확신할 수 없는 일 아닙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