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나오는 게 습관이 되어, 그 습관을 행하지 않으면 하루 동안 자신이 존재하지 않는 것 같을까. 습관은 시간이 쌓여 딱딱하게 굳어버린 역사니까. 우산씨는 그렇게 스스로 나아지기를 기다리는 건가. 생각이 정리되거나 상황이 수습되거나 마음이 너그러워지거나 관계가 좋아지거나 어두운 마음이 지나가거나 불안이 물러가거나. 저렇게 해야만 살 수 있어서 저렇게 지내는 거겠지. 견디려고 선택한 방식이겠지. 상실을 잊으려는 노력이겠지. 실망하고 실망하다보면, 절망하고 절망하다보면 바닥이 드러나는 날도 오겠지. 그 바닥에 닿아야 비로소 해결되는 것들이 있겠지. 그는 그걸 기다리다, 똑바로 응시하려는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