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번째 골목>
생각해 보면 끝은 참으로 다중적인 의미다. 막장이 될 수도 있고, 쉼터가 기다리는 종착역이 될 수도 있고, 새로운 시작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의미에서 집은 세상의 끝이 되어야만 한다. 그곳에서 다시 시작할 수 있고, 막차에서 내리듯 충분히 쉴 수 있을 때 집은 집으로서 의미를 가질 것이다. (p 178)
사람의 삶이라는 게 제멋대로 움직이는 동물의 삶 같지만, 실은 한자리에 꽂혀 한자리에서 늙어가는 식물의 삶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바닥을 치고 딛는 힘이 강할수록 꽃도 열매도 실하다. 사는 게 어려울 때, 섣불리 솟구치지 않고 그 바닥까지도 기어이 내 것으로 움켜쥐는 힘, 낮고 낮은 삶 사는 우리에게 부디 그런 힘이 있었으면 좋겠다. (p 182)
내가 알고 있는 평균의 수치들은 과연 공정하게 계산된 값일까. 누군가에게 유리하게 계산된 평균을 기준으로 삼고 안달복달했던 건 아닐까, 나에게 유리하게 계산된 평균을 가지고 잘하니 못하니 다른 사람의 열심을 폄하했던 건 아닐까. 삶은 개별적인 것이라고 말하면서 삶에 대한 평가는 전체와 견주고 있었다는 자각에 새삼 씁쓸했다.(p 184~5)
누구나 가족이 될 수 있지만 아무나 가족이 될 수는 없다.(p 191)
‘취미’로 하는 수영조차도 그러하다 방해가 되지 않으려 기를 쓰는 동안 내가 취해야 할 바른 자세가 무너져 입으로 코로 넘어오는 물을 삼키고 감내하면서 나는 종종 서럽다. 평균의 속도를 맞추지 못하는 건 어떤 이유로도 용서받지 못하는 사회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하고 또 하면 못 할 일 없다는 믿음이 팽배한 사회에서 끝내 못하는 사람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되고 만다. 나는 노력하지만, 결과가 없는 노력은 인정받지 못한다. (p 208)
우리가 아이와 나눠야 할 건 대화와 토론이지 취조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묻는다고 모두 질문은 아닌 것이다.(p 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