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시간을 쓰는 일은 시간을 들이는 일이기도 하다. 할 수 있는 여러가지 일 중 하나를 고르고 그 시간 안에 나를 담는 일이다. (p222)
⊙나와 같지 않은 삶을 꿈꾸는 일은 나의 삶을 돌이켜보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이다.(p224)
"가족이라는 이유로 가감 없이 튀어나오는 말들 중 상당수가 실언이었다. 이해받으려고만 했지 정작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다. 녹두전은 번번이 부서졌다."(p 226)
⊙기억은 힘이 세다 기억 때문에 우리는 좌절한다. 아무리 애써도 기억은 쉬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좋지 않은 기억은 잊으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더욱 선명해져서 섣불리 내일을 기대하지 못하게 만든다. 동시에 그 기억이라도 남아 있어서 살아갈 최소한의 힘을 얻기도 한다. (p 230)
"가끔은 살아 있다는 사실이, 내가 무언가를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다는 사실이. 익숙하면서도 어색하게 느껴진다. 이 감각이 역설적이게도 나를 깨어 있게 해준다. 나는 편한 쪽에서 불편한 쪽으로 한 발짝 움직인다. 날숨 상태에서 들숨 상태로 기꺼이 몸 상태를 바꾼다. 그것은 새로운 것을 공부하겠다는 태도다...
어색함에 익숙해지겠다는 다짐이다."(p 239)
⊙비어 있는 상태여야 채울 것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한테 절박한 것이, 꼭 필요한 것이...
더는 버틸 수 없을 때에는 능동적으로 덜기 시작해야 한다. 일을, 계획을, 주변 사람들을...
담을 때가 아니라 덜 때 내가 잘할 수 있는 일,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보인다.(p 246~7)
⊙타인의 슬픔의 깊이는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언저리 너머 저 심연에 있음을 인정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존중하는 것(p 250)
⊙내가 점점 쪼그라지는 것 같았어. 소실점이 되어 세상모르게 사라질 것 같았지.(p 253)
"발견하려는 마음이 있으면, 있기만 하면.
어떤 것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 그리고 그것을 마침내 기록하기 시작할 때 아무것은 비로소 빛을 발한다. 이는 역설적으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무것이 되는 마법 같은 순간이기도 하다."(p 258)
⊙마음은 재화가 아니다. 매번 내가 유리한 방향으로 교환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때 내가 건넸던 마음을 그대로 남겨두는 자세가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섭섭함을 받아들이는 순순함이다. (p 26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