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해결되지 않았다면, 사건이든 감정이든 현재진행형이다....
나는 망각하려는 경향이 기억하려는 경향보다 강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기억하려는 힘은 망각하려는 성질에 반하는 것으로, 굳은 의지가 없으면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p 101)
"정치를 외면한 제일 큰 대가는 가장 저질스러운 인간들에게 지배당한다는 것이다."
뽑을 사람이 없다는 걱정보다 더 분명한 것은 절대 뽑혀서는 안 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이다."(p 102)
⊙묻는 것이 두려워질수록 삶은 생기를 잃는다. 질문이 없는 삶은, 질문이 없다는 점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 삶이기도 하다.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내가 아직 이 세상에, 스스로의 내일에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이다. 어린 시절, 눈만 뜨면 절로 생겨나던 무수한 질문 덕분에 우리는 그토록 열심히 꿈을 꿀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p 107)
⊙지금껏 나는 여유를 내서 딴 생각을 하고 글을 써왔다. 스스로에게 본래의 정체성을 찾아주는 일, 나를 둘러싼 시간과 공간에 나를 분명하게 각인하는 일, 마침내 삶이 희미해지지 않게 하는 일, 나는 이것들이 모두 자발적으로 나서서 만드는 여유에서 나온다는 생각을 한다.(p 112)
⊙나를 어색한 곳에 두기 위해, 낯선 환경에 노출시키기 위해. 편한 곳에서는 나도 모르게 안주하게 된다.(p 114)
⊙편함이 편협함과 무지를 낳게 되는 것이다...
'편하다'의 반대말에는 '불편하다'만 있는 게 아니다. '편하다'의 반대편에는 '새롭다'도 있다. 나를 들뜨게 할지도 모를, 나도 모르는 나를 발견하게 해줄지도 모를 가능성 말이다. (p 116)
⊙언제부턴가 속내를 감추고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함구하면서, 아파도 아프지 않은 척하면서, 불쾌해도 당장의 내 기분 탓이라고 돌리면서 '그냥'에 점점 더 가까워지고 말았다...
'그냥'의 홍수를 벗어나자 '대충'의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p125)
⊙하나의 탑을 쌓는데 주력하느라 탑 사이사이에 틈을 내고 다른 탑은 어떻게 지어지고 있는지 관찰할 마음을 갖기 힘들다. 지금은 채우기 바빠 선뜻 다음을 가늠할 엄두를 내지 못한다. (p130)
⊙인간이 자괴감을 품을 수 있다는 사실이 인간을 비로소 인간답게 만들어준다. 스스로 부끄러워하는 마음 없이 어찌 진심 어린 사과를 할 수 있겠는가, 자괴감을 건너지 않고 어떻게 자부심에 가닿을 수 있겠는가.(p 137)
⊙자괴감 이후에 찾아오는 것은 성찰의 시간이다...
국민들은 자괴감을 직면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 자괴감이라는 말 뒤에 숨어 있는 대통령과 얼마나 다른 품격인가.(p 1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