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 나 사이에 우산 하나만큼의 간격이 벌어졌고, 우산이 있는 한 그것은 변치 않는 간극이자 불편이었다.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게 하는 그 간극과 불편을 없앨 방법은 우산씨가 우산을 접거나 내가 우산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었다. 혹시 우산씨는 사람들의 접근을 막고 그들과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우산을 필요로 하는 걸까...
그때 우산씨가 내게 우산을 씌워주며 옆으로 바짝 붙어앉았다.
아, 방법이 하나 더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우산씨가 내게 다가와 우산을 씌워주는 것.
우산씨의 행동은 자기 영역을 공유하겠다는 뜻 같았다."(p 53~4)
해주는 건물 맨 끝 가장자리 창문을 바라보며 창문의 정서를 즐긴다.
그리고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과 같은 정서가 흐르는지 궁금하다.
외롭고 쓸쓸하고 막막하게 흘러내리는 정서를 느끼면 숨통 트인다는 그녀.
외롭고 쓸쓸하고 막막하게 흘러내리는 창문의 정서를 본다면, 나는 -
끊임없이 한숨 쉬며 눈물 날 텐데.. 어쩌면 그 한숨이 혜주가 말하는 숨통인 걸까?
캔디 같은 해주는 긍정의 끝판왕인가?
묘사와 서사가 너무도 시적이라 자판 필사가 유독 많았던 책.
연극으로 만들어져도 이쁠 스토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