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에는 청춘이 많았다.
여름인데 그들은 봄을 살고 있었다. 한겨울에도 그들은 봄을 살 것이다. 일 년 내내 화사한 봄꽃으로 사는 나이. 나에게도 그런 나이가 분명 있었으나 봄으로 살지 못했다. 여름 아니면 겨울이어서 무언가에 심하게 화를 내거나 누군가에게 지나치게 쌀쌀맞았다. 내 귀에는 불행이 닥쳐오는 소리만 들리는 것 같았다."(p 140)
청춘을 혹사당하고 낭비한 해주. 그러나 우산씨는 말한다.
"그래도, 해주씨는, 여전히, 청춘, 입니다. 충분히, 많이, 젊습니다. 낭비할 것도, 아주, 많이, 남았습니다."(p 141)
그렇게 그는 숨통이 되고 위로가 된다.
모가지가 긴 기린을 좋아하는 우산씨와 긴 모가지를 가진 채 가는 다리로 제 몸을 지탱하는 플라밍고를 좋아하는 해주. 같은 정서의 그들은, 그래서 사랑건가.
"알고 보면 누구나의 삶은 다 덥고 먼지가 날리는 사막인 걸까...
안 보일 뿐 우리 모두는 각자의 손에 우산 하나씩을 들고 사는지도 몰랐다."(p 31, 143)
옥빛 유골함으로 13년 만에 돌아온 엄마. 엄마의 13년 덕에 가족은 빚의 일부를 갚고 공장을 옮기게 되었다.
"사는 게 힘들고 고통스러워서 죽고 싶은 마음도, 그러다 죽음에 이르는 것도 삶이라고. 죽음은, 삶에 속해 있을 뿐이라고.
죽음이 기다린다고 믿은 곳에 삶이 있더라고 영주가 뒤이어 말했다. 왠지 영주가 먼 길을 돌고 돌아 제 나이의 삶을 사는 젊은 영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젊은 영주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자기 노래를 불렀다. 죽음이 아닌 삶을. 처음으로 영주의 노래가 무섭지 않게 들렸다."(p 219~220)
우리가 기다리는 것은 언제 올까요?
우리는 언제 행복해 질까요?
내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