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소리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렇다면 눈 내리는 소리는?
사실 난 눈 내리는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눈 내리는 소리를 느껴본 적은 있어도.
눈이 내릴 땐 어떤 소리가 날까.
한지혜 작가는 눈이 내릴 때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라는 소리가 들린다고 말한다.
어떤 존재가 나에게 저렇게 말해준다면, 나는 팽팽하게 당기고 있던 내 마음의 활시위를 슬그머니 놓고 사르르 풀어질 것만 같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들이 나에게 그랬다.
한지혜 작가에 대해 찾아봤지만 언제 태어났는지는 베일에 싸여있다.
출생년도 외에도 많은 것들 역시 그랬지만.
이 책을 읽으며 대략 나보다 나이가 조금 더 많다는 건 알 수 있었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
이 책을 읽으며 나와 너무도 많은 부분에서 정서적으로 겹쳤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 옛날이야기부터 요즘 상황에 이르기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느낌이 참 좋았다.
사실 나는 부모님 덕분에 작가가 묘사하는 수준의 가난을 경험해보진 않았다.
하지만 작가가 말하는 여러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나 자신의 추억도 어느새 책을 읽고 있는 내 앞에 불려왔다.
그 시절을 떠올리면 드는 마음은 '아련함'이다.
슬프지도 기쁘지도, 돌아가고 싶지도 않다.
그저 아련할 뿐이다.
하지만 그 아련한 느낌이 참 좋았다.
그 덕분에 마음이 살짝 따뜻해지기도 했다.
어린 시절 이야기 이외에도 김혜린 작가의 이야기에는 끝까지 맞장구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만큼 작가가 솔직하고 정직하게 자신의 생각들을 밝혔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책이니 이렇게 저렇게 꾸밀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랬다면 이 책이 이 정도로 공감을 불러일으킬 순 없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지혜 작가에게 감사한다.
내 어린 시절과 현재의 여러 생각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게 해줘서 고맙다고.
아련한 그 느낌을 느껴볼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
지금은 눈이 오지 않으니 내가 나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며 토닥여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