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그들이 함께 한 여덟 해가 눈사태처럼 순식간에 끝났다.(p 337)
82살의 올리브는 지팡이에 의지한 채 홀로되었다. 그녀가 유명인이 되지 않을 단 한 사람이라 생각했던, 엄청나게 슬픈 얼굴로 홀로 걷던 앤드리아 르리외는 유명 계관시인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
투명 인간이 돼. 그건 사실이야.하지만 한편으론 그게 자유를 주지."(p 324)
더 이상 중요하지 않은 존재가 됨으로 자유를 얻다- 어쩐지 쓸쓸한 말.
그러나 자신은 자신이 중요한 존재라고 생각한다는 올리브의 말에 앤드리아도, 나도 경청하기 이른다.
올리브는 유명 계관 시인이 되었음에도 앤드리아가 여전히 외롭다고 판단한다.
#삼십사 년 전 내게 수학을 가르쳐준 누군가는
나를 겁에 질리게 했는데 이제는 스스로 겁에 질려 있었다
그녀는 내가 아침 먹는 자리로 와서 앞에 앉았다
귀밑머리가 하얗게 센 채
내가 늘 외로움을 탔다고 말했다
그 말이 자기 이야기인 줄 모르고.
그걸 시로 써, 그녀가 말했다
맘껏 써.#
겨울이 지나고 마침내 5월. 누군가가 우편함에 넣어 둔 <미국 시 리뷰> 속 포스팅된 앤드리아의 신작 시를 읽고 올리브는 불쾌하고 당혹스럽다.
"그녀는 지금껏 인간의 경험이 서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 제대로 알았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 같았다. 올리브는 앤드리아 르리외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고, 앤드리아도 올리브가 누구인지 전혀 몰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앤드리아는 다른 사람이 되어보는 경험을 그녀보다 더 잘해냈다. 얼마나 재미있는가. 얼마나 흥미로운가. 올리브는 자신이 늘 다른 사람이 모르는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p 345)
여윽시 소크라테스!
자신조차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떠나는 것이 인생. 남을 잘 안다고 떠들어 대는, 그러나 난 남들과 다르게 떠벌리지 않는다고 자만하는 이들은, 자신이 그런 인간이란 것조차 모르고 세상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