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는 내게 참 묘한 책이었다.
책의 제목은 분명 '올리브 키터리지'인데, 이야기의 시작은 그녀가 아닌 그녀의 남편 '헨리 키터리지'에 대한 것이다.
그것도 바람을 피우는 것도 아니고, 아닌 것도 아닌 그런 속터지는 이야기로.
그렇게 하나의 이야기를 다 읽었다 싶었는데, 그다음은 또 전혀 엉뚱한 다른 사람의 이야기였다.
물론 각각의 이야기에 '올리브 키터리지'는 아주 조금이라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긴 한다.
'지나가는 인물 3' 같은 느낌이더라도.
그렇게 어리둥절해하면서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었다.
사실 난 '올리브 키터리지'를 읽는 법을 잘 몰랐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이번에 '올리브 키터리지'의 후일담 같은 이야기인 '다시, 올리브'를 읽을 때는 처음부터 완전히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이젠 이 소설을 읽는 방법을 터득한 상태니까.
거기다 내가 아는 사람들(?)의 뒷얘기라는 건 항상 재미있게 마련이니까.
하지만 내가 한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면, 이 소설들이 쓰여진 시간의 간격만큼이나 소설 속 인물들이 나이를 먹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야기들은 더더욱 절절하고 여운이 남는다.
언젠가 나도 이 소설 속 인물들 중 한 명의 모습이 되고야 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책엔 다양하면서도 현실적인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그런 느낌 때문인지 이 책을 읽어가는 나 자신이 굉장히 절박해지는 느낌이었다.
결국 어떤 사연을 가졌든 누구에게나 끝은 다가온다는 것이 강하게 느껴지는 글이라 다 읽고 나서도 한참을 이 소설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가족이란 무엇이고 친구란 무엇일까.
혹은 평소 싫어했거나 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은 다 무엇이란 말인가.
올리브 키터리지라는 인물은 끝의 끝까지도 자신만의 무언가를 가지고 갈 인물이다.
적어도 난 그렇게 믿는다.
하지만 그런 그녀마저도 '올리브 키터리지'와 비교해보면 '다시, 올리브'에선 약한 모습을 많이 보인다.
어찌 보면 그건 약한 모습이 아니라 유연해진 모습일수도 있겠지만.
그래서 이 책을 다 읽어갈 때 즈음엔 제발 그녀의 끝만은 보고 싶지 않다고 계속 중얼거렸다.
그리고 다행히 작가는 그러기 전에 이 소설을 마무리해줬고.
이제 이 이후의 이야기는 나오기 어렵지 않을까 한다.
하지만 또 모르겠다.
한 사람의 인생이 끝나더라도 그다음 세대의 사람들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지니까.
그래서 이 '메인주 크로스비'의 이야기는 계속 이어질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거기엔 '올리브 키터리지'가 짧게라도 등장하려면 회상 장면을 활용해야겠지만.
p.s: 책을 읽을 때는 띠지나 겉표지를 벗기고 읽는데, 이 책의 겉표지를 벗기고서는 정말 감탄했다.
책의 색상과 디자인, 그리고 가름끈의 색상까지 너무 완벽하게 마음에 들어서.
그래서 고민 중이다.
계속 커버를 다시 씌우지 않은 이 상태로 책장에 꽂아둘지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