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읽은 '다독임'의 저자 오은은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걸로 알고 있다.
그런데 어찌 된 것인지 나는 오은 작가의 글을 다 산문으로 만났다.
이번에 읽은 '다독임'이 그랬고, 지난번에 읽었던 '너랑 나랑 노랑'이 그랬다.
시라는 장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아서 읽은 시집 자체가 많지 않아서 그럴 것이다.
이번 '다독임'은 작가가 살면서 마주쳤던 여러 상황들과 그에 따른 작가의 생각을 담담히 풀어낸 짧은 이야기들을 엮어서 낸 글이다.
그렇다 보니 하나의 주제로 묶여질 수 있는 내용이 아닌, 삶의 전반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차례도 작가가 그 글을 쓴 연도에 따라 2014년부터 2020년까지로 분류되어 있다.
글의 내용이 어렵지도 않은데, 이 책 역시 읽어나가면서 조금씩 힘이 부쳤다.
이전에 읽었던 '너랑 나랑 노랑'이 그랬듯이.
중간중간 너무나도 와닿는 문장들이 많았다.
내 생각을 대신 써 준 것 같이 내 속을 후련하게 만들어주는 문장들도.
그러나 이상하게도 전체적으로는 읽는 것이 조금 힘들었다.
다 읽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작가와 나의 속도가 맞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앞으로 나아가면 작가가 뒤처지고, 내가 뒤처져 있으면 작가는 저만큼 앞으로 가 있는 그런 느낌.
그렇게 뭔가 조금씩 삐걱거린다는 그 느낌이 바로 그 서로 다른 '속도'에서 오는 것 같다.
그 '속도'가 왜 차이가 나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나의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작가'의 '순수한' 현실을 보고 있다는 느낌 때문인가...?
혹은 지금 내 심사가 많이 뒤틀려 있어서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실패라는 건 다시 한 판하라는' 뜻이라는 문장에서 나는 작가의 다독임을 느꼈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아예 실패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건강 상태가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라면 애초에 큰 병에 걸리지도 않았을 테니.
그래서 나도 분명 다시 '한 판'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거라는 긍정적인 생각을 가져보기로 한다.
그렇게 실패에 대한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그리고 그것은 내게 정말 큰 위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