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없는 아이>
<도움>
올리브는 어느덧 머리가 희끗한 중년이 된 크리스토퍼 가족을 초대하였다. 외양이 헨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리틀 헨리에게 키터리지는 핏줄을 느낀다. 앤은 큰 아이들 선물은 준비하지 않은 시어머니에게 서운함을 느끼며 처음 만났을 때와는 다른 거리감을 보인다. 크리스토퍼 역시 집이 생경하고 허전하다.
"시간이 오래 걸렸던 바닷가 산책. 그곳에서 올리브는 알코올중독자였던 앤의 어머니가 내털리가 태어나기 전 돌아가셨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도움이 되지 않았던 엄마의 죽음도 어른 아이에게는 놀라운 일이다.'(p 135)
올리브는 앤이 측은하고,
엄마의 결혼 소식을 들은 중년의 아들은 패닉 상태다.
아들은 엄마를 나르시시스트라 부른다.
"그 순간 진실이 점점 커지며 공포스럽게 빠르게 그 실체를 드러냈다. 그녀는 어마어마한 수준으로 실패한 것이다. 실패는 오래전에 시작된 것이 분명했지만 여태 깨닫지 못했었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가진 그런 가정을 꾸리지 못한 것이다."(p 148)
"아들은 엄마 같은 여자와 결혼했다.
모든 남자가 결국에는 - 이런저런 형태로- 그렇게 하듯이...
그녀는 그 집에서 아들을 키웠다.-
엄마 없는 아이를 키운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한 번도 깨닫지 못한 채. 이제 그 아이는 집을 떠나 멀리멀리 가버렸다."(p 150)
크리스토퍼 가족의 좌충우돌 방문기 뒤엔, 불탄 라킨 집의 뒷일을 처리하는 변호사 버니 그린의 이야기가 있다.
"버니는 이제 마음이 불편했다. 그리고 지난 세월 동안 그가 이런 불편함을 종종 느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부 의뢰인들이 그의 삶을 얼룩지게 했지만, 로저 라킨만큼 그를 이런 기분에 빠뜨린 사람은 없었다."(p 175)
빈집털이 마약쟁이들의 낸 화재로 로저가 사망했고, 루이즈는 요양병원에 갇혀지낸다. 동생 도일은 아내 살해로 종신 복용 중이고, 검사로 재직 중인 수잰이 정리를 위해 마을로 왔다. 자신의 딸은 죽었다며 수잰의 애착 인형에 사랑의 집착을 보이는 어머니. 수전은 이번 방문을 통해 자신이 미처 알지 못한 가족의 아픔과 얼룩을 마주하게 되었다.
"아무리 미친놈이라도 여자에 대해 엄청난 공격성을 갖고 있지 않으면 여자를 스물아홉 번이나 칼로 찌를 수는 없다고요."(p 182)
서로에게 진실한 내면을 마음껏 열어볼 수 없는 버니와 수잰. 어른이 될수록 마음속 덮개 경첩엔 녹이 스는 것만 같다. 사람들은 녹슨 경첩을 젖히지 못하고 많은 것을 끌어안고 산다. 그러나 버니는 용케 타락하지 않고 순수하고 정직한 수잰을 통해 얼마간의 불안을 씻어낸다. 수잰 또한 버니를 통해 일어날 힘을 얻었겠지?
"하지만 어떤 나무가 맞는 나무인지, 어떻게 잘 긁어야 할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우리가 할 일은- 어쩌면 우리의 의무일 수도 있고요……
신비의 무게를 가능한 한 우아하게 견디는 것이다."(p 18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