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만, 청소>
"올리브는 파도가 자신을 높이 -높이- 던져 올리며 위아래로 그네를 태우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그리고 이내 어둠이 아래에서 밀고 올라오는 것 같아 공포를 느끼며 버둥거렸다...
자신의 삶이 달라진 것을, 많이 달라질지도 모르고 혹은 전혀 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었다....
파도가 자신을 높이 밀어올릴 때만큼은 기쁨을 느꼈으나, 그 순간은 오래가지 않았고, 곧 다시 내려와 파도가 출렁이는 깊은 물속으로 들어갔다."(p 69)
"그의 웃음이 일으킨 공포, 전율. 그 느낌은 악몽 같았지만, 한편으로 그녀 자신이 쑤셔 박혀 있던 거대한 캔의 뚜껑이 방금 열린 것 같았다."(p 70)
이보다 더 노년의 사랑을 실감 나게 묘사한 작가가 있으랴.
이번 봄 몇 주 동안 만난 끔찍하고 늙고 돈 많고 허세 심한 남자를 좋아하게 된 올리브.
그러나 그를 생각하면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공포와 불안을 느낀다.
'하지만 우리는 성인이니 잘 대처할 수 있어요.(p 59)'
잭의 말처럼 서로의 말과 고민에 귀 기울이고, 그 말에 변화를 조금씩 꾀하는 그들. 그들이야말로 황혼에 만난 소울 메이트.
노인의 집을 청소하는 소녀 케일리는 필 링로즈에게서 아버지를 보았던걸까? 그가 견뎠을 외로움과 금욕의 세월을 안타까워한다. <은교>의 색채가 감도는, 그러나 노인에 대한 케일리의 태도는 진심이어 아름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