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A를 생각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같은 반이던 A는 2학년에 올라가자마자 무용을 배우겠다고 했다. 어릴 적부터 자신의 꿈이 무용수였다는 것이다. 꿈은 줄곧 그랬을지 몰라도 무용은 한 번도 배우지 않았던 친구였다. 우리가 다니는 학교는 인문계 고등학교였다. 3학년에 한해 예체능대 진학반이 있었지만, 예고 진학에 실패했거나 관련 공부를 지속적으로 하며 공부냐 예술이냐를 놓고 저울질하다 늦게 진로를 택한 친구들이 속한 반이었다. A처럼 배워본 적도 없는 꿈에 도전한 친구는 없었다. A의 선언을 그저 치기로, 과한 농담으로 여겼던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었다.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상한 상황이었다. 기억이 정확하다면 A는 아빠가 없었다. 시정에서 장사하는 엄마와 여동생과 살았다 형편이 나쁘지 않았던 것 같지만 예능 교육에 투자할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도 웃었으니 A의 엄마는 당연히 못 들은 척했다. 그런데 A는 정말로 무용을 시작했다. 강습비가 가장 저렴한 무용교습소를 찾았고, 강습비를 내기 위해 신문 배달을 시작했다. 잠이 많은 A는 1학년 내내 지각을 했다. 그런 A가 새벽 다섯 시에 일어나 신문을 돌린다고 했다. 무섭지 않으냐고 물었더니 무섭다고 했다. 새벽빛이 다 밝지 않은 골목에 불쑥 남자의 그림자라도 나타나면 일단 죽어라 반대 방향으로 달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A는 그 어느 때도 본 적 없는 행복하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 A는 결국 무용과에 갔을까.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