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사귄 남자친구에게 받았던 편지들이요. 꽤 많았거든요. 그 편지들을 모아서 가방에 담아 줄곧 친정집 제 방 창고에 넣어두었어요. 그 친구를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건 아닌데 편지들은 버리지 못하겠더라고요. 그 시간들이 너무 소중해서요. 버리면 그때 그 추억들이 사라질 것만 같아서요. 편지들을 꺼내본다거나 않았어요. 그냥 편지를 갖고 있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됐어요. 나에게 그런 시절이 있었지. 순수하게 사랑했던 시절, 사랑만으로 살았던 시절이 있었지. 하면서요. 그런데 친정집이 이사를 가게 되면서 친정엄마가 저에게 묻지도 않고 편지들을 싹 버리신 거예요. 그걸 뭐하러 갖고 있냐고 하면서요. 하나라도 남겨두지. 엄마에게 그말을 하는데 눈물이 날 것 같은 걸 꾹 참았어요. 가슴이 텅빈 것 같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