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다 잠깐 기절할 것처럼 몸이 또 옆으로 휘청였고, 벽을 짚으며 눈을 감았다 떴을 때는 깜짝 놀랐다. 우산씨가 공장 문을 열고 나의 사막으로 들어오고 있어서였다. 우산씨 손에 분홍 도시락이 들려 있었다. 우산씨가 무슨 말인가를 했는데 편직기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빗소리가 그의 우산에 닿은 뒤 곡선을 타고 주르륵 흘러내렸다. 우산씨는 마치 억수같이 퍼붓는 비를 맞고 서 있는 듯했다. 도시락을 돌려 받으러 가까이 다가가자 우산씨가 몸을 조금 기울여 내 귀에 대고 크게 말했다. "돕고, 싶습니다." 그의 얼굴을 올려다봤다. 우산씨는 자기 의견이 관철될 때까지 움직이지 않고 마냥 빗소리 속에 서 있을 거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