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씨는 하루에 한 번은 꼭 광장에 나타났다. 나처럼 그에게는 주말이나 공휴일이 따로 없었다. 우산씨의 달력은 낱장을 넘겨도 검은 숫자들뿐이었고, 하루는 그저 시간을 세는 단위에 불과했다. 우산씨를 매일 마주치다보면 어제와 오늘의 구분이 조금씩 무너지거나 무뎌지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나중에는 아직 오지 않은 내일마저 벌써 경험해버린 듯 궁금하지 않았다. 나는 내 일상을 통해 이미 그걸 깨달은 사람이었다. "우산씨를 매일 마주치다보면"에서 '우산씨'를 '장갑'으로 바꾸면 되니까._pp.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