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인적이 보이지 않는다. 눈 닿는 이차선 도로 어디에도 차량이 다니지 않는다. 움직이는 것은 믿을 수 없이 느리게 떨어지고 있는 함박눈뿐이다. 허공을 가득 메운 눈송이들 사이로 선홍색 신호등이 켜진다. 버스가 횡단보도 앞에 멈춰 선다. 젖은 아스팔트 위로 눈이 내려앉을 때마다 그것들은 잠시 망설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럼...... 그래야지...... 라고 습관적으로 대화를 맺는 사람의 탄식하는 말투처럼, 끝이 가까워질수록 정적을 닮아가는 음악의 종지부처럼, 누군가의 어깨에 얹으려다 말고 조심스럽게 내려뜨리는 손끝처럼 눈송이들은 검게 젖은 아스팔트 위로 내려앉았다가 이내 흔적없이 사라진다.
- 89쪽.
이번엔 함박눈이 내리는 장면을 묘사한다. 탄식하는 말투처럼 내리고, 정적을 닮아가는 음악의 종지부처럼 내리고, 주저하는 손끝처럼 내린다는데...
과하지 않고 상상속에 선명하게 그려지는 듯한 표현은 뭐... 이런 문장이 다 있나 싶기도 하고, 암튼 너무너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