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우스 신전 근처예요." 세상에서 가장 흔한 랜드마크를 가리키듯 대수롭지 않은 말투였다. 그리스인들이 길을 가르쳐줄 때 내가 좋아하는 점이 이거다. 내 고향보다 훨씬 흥미진진하다는 것. "제우스 신전을 찾으세요"라는 안내는 "던킨도너츠에서 좌회전하세요"라는 말보다 더 심오하고 역사적인 말로 들린다. 아테네인들이 거들먹거리려고 신의 이름을 들먹이는 게 아니다. 그냥 있으니까 말하는 것일 뿐. 제우스 신전이든 맥도날드든 모두 아테네 거리 풍경의 일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