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학년 때 수수께끼 곱등이 사건을 해결한 이후로 사건을 의뢰받은 적 없지만 탐정의 길로 들어선 서율무.
여왕 단태희와 모든 사건에 끼고 싶어 하는 들러리 박선희 중심으로 돌아가는 교실에 아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매력적인 아이 '독고솜'이 전학 온다. 전학 이후, 자기소개 글과 교과서 등 테러를 당하며 마녀라는 소문에 휩쌓인 솜이. 은근한 따돌림과 괴롭힘을 당하는 솜이에게 율무는 한 걸음 다가간다.
"솜이라고 불러 줘서 고마워, 명탐정"(p 18)
"아무튼, 무리에 나 같은 우두머리가 생기면 자발적이든 아니든 모두 자신의 힘을 조금씩 떼어 우두머리에게 건네게 된다. 박선희 같은 애들은 자기들이 내게 내준 힘이 얼마나 귀한지도 잘 모른다. 내가 건네받은 힘은 그 애들의 의지다. 다른 사람의 말대로 하지 않을 의지. 나라면 절대로, 아무에게도 건네지 않을 중요한 힘이다."(p 25)
10살 여름 단태희는 독고솜과 첫 만남을 가졌다.
"아무도 왕을 무시할 수 없다.
무시당하는 순간, 왕의 자리를 뺏기고 만다."(p 29)
엄마의 새 이웃인 독고솜 모녀는 엄마의 왕좌를 흔들고, 단태희의 왕좌도 뒤흔들어 놓았다.
집 앞에 쥐 무덤이 쌓였던 그날 이후, 박선희의 엄마에게 손을 내민 태희의 엄마는 증거 따위 없어도 범인으로 몰 수 있었고, 독고솜의 비밀을 훔쳐본 나는 독고솜에게 왕좌를 빼앗긴 굴욕을 맛본다. 며칠 뒤 독고솜 모녀는 마을을 떠났다. 그런 그녀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
"정신 바짝 차리고 맞서야 했다. 힘이란 그럴 때 쓰는 거니까. 내 자리를 위협하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 바로 그 순간 말이다."( 44~5)
한 편, 독고 솜에게 다가간 율무는 독고 솜이란 시크릿하고도 스페셜한 친구에게 빠져든다.
예측 불허의 그녀는 둥둥 놀이를 즐기는 매력적인 마녀였던 것.
"엄마가 항상 마녀에게 친구는 필요 없다고 했거든.
우리는 비밀이 많으니까.
친구가 생기면 다 털어놓아야 하잖아."(p 65)
그렇게 독고 솜과 율무는 친구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수수께끼 곱등이 사건의 주인공>, 존재감 없지만 사려 깊은 친구 은영미가 하굣길 폭행을 당하고 독고 솜과 율무는 영미에게 향한다.
"영미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었다. 잘못된 장소, 잘못된 시간, 그런 건 없었다. 단지 잘못된 인간만이 있을 뿐이었다. 아무리 도와 달라고 소리쳐도 들어 주는 이 하나 없는 컴컴한 곳에서 영미는 이유 없이 악의에 가득 찬 폭력을 견뎌야 했다."(p 109)
상처받은 영미를 위해 평화의 주문을 거는 독고 솜.
"오직 선의로 건 주문이라니, 이런 요정 같은 마녀가 있다니!(p 113)
"그런데 그때 난 누구보다 도움이 필요한 상태였거든. 웃기지. 세상에 상처를 많이 입다 보면 말이야, 가장 도움이 절실할 때에 꼭 필요한 도움의 손길이 찾아도 선뜻 그 손을 잡을 수가 없더라고. 이미 상처가 많으면 생채기 몇 개 더 난다고 해도 별로 아프지 않을 거 같지만 사람 마음이라는 게 안 그렇거든. 또 상처받을까 봐 겁쟁이가 돼. 마음이 너무 너덜너덜해져서 작은 상처만 더해져도 죽을 거 같으니까. 그때 고모가 그랬어. 고모도 그랬고, 아빠도 그랬지.
"(p 117)
고모와 아빠를 구렁텅이에서 건져줬다는 요정처럼 똥꼬땅 명탐정 서율무도 영미를 도와주고 싶었다.
"누굴 돕는 데 정답은 없어. 요정이나 탐정이 아닐더라도 도울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러니까 너무 범인 찾는 데에만 골몰할 필요 없어. 그게 정답이 아닐 수도 있으니까."(p 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