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인 문장들, 색채의 마법사. 전체적이고 부분적인 맥락을 차치하고서 일부 문장만 보면 그럴듯한 옷을 입은것 처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묻고싶은 건, 잊을만 하면 여성을 성스러운 존재 또는 창녀로 이용하는 문장들이 굳이 필요했냐는 것이다. 뜬금없다 느껴질 정도로 구체적인 여성의 신체에 대한 묘사가 ‘눈’에 필요했던 걸까. 우물가의 여성은 이름조차 나오지 않지만 나는 이 책의 저자의 이름을 기억할 것이다. 기억해야 저지르지 않는 실수도 있으니까.
독파에 선정된 책은 문학동네 출판사와 편집자, 마케터에 대한 믿음으로 참여하고 있다. 감성적인 하얀 포장지로 검게 칠해진 속내를 숨긴 이 책의 마케팅은 나를 이 곳에 끌어들이기에 충분했지만 앞으로는 글쎄. 앞으로 내가 읽을, 읽어야 할 책은 수없이 많을 것이고 그 책들은 모두 다른 저자, 모두 다른 출판사일 것이다. 그래, 이 책은 내 책장에 꽂히지 않을 것이다. 눈은 나에게 필요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