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꾼들>
스테드먼에게 평론가들은 무지갯빛 사기꾼이라 했다.
"코닐리아가 그의 재능을 높이 평가한다는 건 그녀의 취향이 형편없다는 걸 보여주는 것이었지만, 스테드먼이 가진 가장 귀중한 것이기도 하다."(p369)
"길 건너의 그림은 대단히 창의적이고 강력하고 진실했다. 그리고 스테드먼도 그걸 알았다. 뼛속 깊이 느꼈다."(p370)
스테드먼의 재능을 높이 사고 그를 사랑하는 아네 코닐리아는 이것이 음모라 생각하며 분개한다.
"기사에서는 라사로가 플로리다에서 가장 흥미로운 추상 화가라고 했다. 라사로는 놀라울 정도로 간단한 재료를 가지고 복잡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으며, 가장 희귀한 안료로-영혼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했다...
미술관이나 열성적인 수집가만이 걸어둘 법한 불편한 그림이었다. 라사로의 그림은 잘 팔리지 않았다. 라사로 자체가 불편한 사람이었다. 그는 상스럽고 화가 나 보였다. 그는 위험해 보이는 걸 즐겼다. 깡패가 될 뻔했었고, 깡패처럼 보이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그는 위험한 사람이 아니었다. 그는 두려웠다. 자기가 최고의 사기꾼일까 봐 두려웠다."(p370~2)
"라사로는 겉으로 스테드먼에게 오직 경멸만을 품었다. 그러나 마음 깊은 곳에서는 스테드먼의 손과 눈에 경외심을 품고 있었다. 스테드먼의 손과 눈은 주인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었다."(p 373)
재능은 있지만 가난한 예술가.
돈있고 대중적이지만 인정받지 못한 예술가.
두 예술가의 갈등은 딱하나 통하는 것이 있었다. 남편을 지지하는 든든한 마누라!
남편에 대한 자부심과 사랑으로 초록빛 독기를 뿜어내는 우먼 파워!
"폭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두 여자의 몸이 직접 닿지는 않았다. 그들은 멀찍이 서서 끔찍한 진실들로 서로를 난타했다. 그들이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절대 서로를 해치지는 못했다. 마침내 전쟁의 광기 어린 기쁨이 찾아오자, 두 사람은 더욱 격렬해졌다."(p376)
그녀들의 남편 부심으로 두 화가는 원치 않는 시합을 하게 된다.
"자신의 자가비하가 얼마나 깊은지 깨닫고 그는 아예 작업을 그만두었다. 수치심도 없이 길을 건너가 영혼이 담긴 라사로의 그림을 사겠다고 결심할 정도로 자기 비하가 심해졌다. 그 그림에 자기의 이름을 서명하고 라사로가 비밀을 지켜준다면, 라사로의 그림 한 점에 막대한 돈을 낼 생각이었다. 이렇게 결정을 내린 뒤 스테드먼은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는 천박하고 영혼 없는 자신의 친숙한 옛 모습이 되어 마음껏 즐겼다."(p 384)
"계속 아래로 가라앉다 보니, 라사로는 스테드먼의 그림을 하나 훔쳐서 자기 이름으로 서명하고, 그 불쌍한 노인에게 입이라도 뻥긋하면 폭력을 쓰겠다고 협박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라사로는 더 이상 내려갈 곳이 없었다. 그는 자신의 기분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라사로가 얼마나 부정직하고 엉터리며 더러운가에 대한 그림이었다. 그림은 주로 검은색이었다. 그것이 라사로의 마지막 그림이 될 것이었고, 제목은 '형편없어'였다."(p 386~7)
"게다가 그건 전형적인 라사로의 그림도 아니었다. 라사로의 그림보다 훨씬 훌륭했다. 두려움의 그림이 아니라 아름다움, 자신감, 생동감이 넘치는 확신의 그림이었다."(p 388~9)
"그 그림은 조금도 스테드먼의 그림 같지 않았다. 엽서 그림 같아 보이긴 했지만, 자기만의 지옥에서 부친 엽서 같았다....
그것이 바로 스테드먼이 간밤에 잃어버린 귀중한 것이었다. 그가 이제껏 그렸던 그림 중 유일하게 훌륭한 그림이었다."( p 389~390)
스스로 사기꾼이라 생각하는 두 아티스트. 그러나 자신의 예술 세계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진정한 아티스트.
다른 듯 닮은 두 사람의 마음의 소리와 행동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응원하고픈 따뜻한 웃음 코드가 살아있는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