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서 한적함과 유머를 중시했던 임어당은 허차서의 [다소]를 인용하며 [차와 친구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차 마시기에 좋은 때를 다음과 같이 읊었다. 차를 좋아하는 이라면 한 가지씩 체험해볼 일이다.
마음과 손이 한가할 때
시를 읽고 피곤을 느낄 때
머릿속이 어수선할 때
노랫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있을 때
노래가 끝났을 때
쉬는 날 집에 있을 때
금을 타며 그림을 감상할 때
창을 향한 책상에 앉아 있을 때
멋있는 친구나 예쁜 연인이 함께 있을 때
친구를 방문하고 집에 돌아왔을 때
하늘이 맑고 연한 바람이 불 때
가볍게 소나기가 내릴 때
작은 나무다리 아래 곱게 색칠한 배 안에 앉아 있을 때
높게 자란 대나무밭 가운데 있을 때
연회가 끝나고 손님이 돌아간 후에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후에
한적한 산속의 조용한 절에 있을 때
좋은 샘물과 기이한 바위가 곁에 있는 곳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