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져라, 촛불>
"그녀가 지금껏 깨달은 바, 남편들이 가끔 형편없을 때는 있어도 남편 없는 인생은 더 나쁠 거라는 극적인 증거를 이웃 부인들에게 제공해 주는 게 자신이 과부로서 할 의무 중 하나였다."(p 206)
40대 중반의 애니 쿠퍼는 남편 에드와 사별한 정숙한 과부다. <웨스턴 로맨스 매거진>에서 뉴욕에 사는 조지프 P 호킨스와 펜팔하면서 그녀는 인생의 황혼기에 불어온 따뜻한 바람을 느낀다.
그들은 영혼의 단짝! 그녀는 그로 인해 자신의 영혼까지 아름다워지는 경험을 하게 되고, 그가 금지했던 일을 벌이고 말았다.
"그때는 아주 못 나온 사진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지금 봉투를 봉하기 전에 다시 살펴보니 사진 속 여자에게서 예전에는 보이지 않던 새로운 모습이 아주 많이 보였다. 모든 거친 선을 부드럽게 만드는 영혼의 아름다움이 피어올랐던 것이다."(p 212)
"밝은 천사여, 아듀!"
특송 항공우편으로 작별을 고한 호킨스. 오열하던 애니는 호킨스가 사진에서 영혼의 아름다움을 본 것이라 착각한다. 자신들이 영혼뿐 아니라 육신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한 것이라 생각한 애니는 그에게 향한다.
간다는 애니와
죽을 병에 걸렸다고 오지 말라는 호킨스...
사랑은 타인으로 인하여 자기 자신을 더욱 아름답게 보는 것이라 했던가? 호킨스와의 펜팔로 인해 영혼의 아름다움과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게 된 애니와, 자신의 콤플렉스를 매력과 필력을 승화하며 자신만의 판타지를 깨지 않으려는 공동묘지 난쟁이의 웃픈 줄다리기. 고급 진 블랙 유머가 여기에 있구나.
"우리는 그런 천한 일은 하지 말도록 합시다. 사람들이 '사진 교환'이라고 부르는 것 같더군요. 당신의 편지에서 떠오르는, 내 눈을 흠모로 멀게 하는 천사를 포착할 수 있는 사진사는 천국이 아니면 있을 수 없습니다."(p 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