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스>
조지아 군부대와 뉴욕 공장촌 1600km 거리를 좁혀 남편을 사별한 외로운 여인들이 만났다.
해외 파병가기 전 5개월을 테드와 함께 살았던 루스는, 4달 후 아이를 출산할 예정이다. 그녀는 테드의 어머니 포크너 부인을 만났다. 포크너 부인은 장식장 기념품들과 대화를 나누며 과거 속에 살아가는 여인이다.
"바로 그거야. 너에게 테드는 죽었지. 넌 테드의 존재를 느끼지도, 지금 테드가 원하는 게 뭔지도 알지도 못해. 왜냐하면 넌 그 애에 대해 아는 게 거의 없으니까. 다섯 달 만에 사람을 알 수는 없지."(p160)
"남편과 아내들 대부분은 사별하는 날까지도 여전히 타인이란다, 얘야. 여러 해를 함께 살았는데도 나는 내 남편을 잘 몰랐어.
어떤 어머니들은 자기 아들을, 자신을 제외한 모든 여자들에게 타인으로 만들려고 하죠."(p 160~1)
죽은 아들에게도 여전히 집착을 내비치는 미국의 시어머니, 그녀는 미망인이 된 루스에게서 아들을 지워내려 한다. 시어머니와 잘 지내보려 뉴욕으로 온 루스에게 테드의 아이가 태어나면 아이를 두고 보험금을 가지고 인생을 자유롭게 살라고 한다. 그녀를 피해 남행열차를 타는 길. 기침을 하며 생사를 오가는 노인을 만난다. 자신을 포함하여 모두가 못생기고 더럽다는 이유로 그를 돕지 않았는데, 마지막 양심에 그녀는 열차를 놓친다.
"도덕적으로 옳은 일을 했다는 사실에 자기만족하는 방향으로 생각이 마음대로 흘러갔다. 나는 비천하고 더럽고 병든 낯선 사람들에게서 도망가지 않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 명이야, 하고 그녀가 혼잣말을 했다.(p168)"
루스는 기차를 포기하고 도움이 필요한 아주 아픈 노부인에게로 향한다.
미국에서도 시모와 며느리 간의 미묘한 갈등이 존재한다. 남편은 미묘한 차이로 남이 될 수 있지만, 아들의 존재는 모든 어머니에게 자신의 일부임이 틀림은 없다. 그러나 성인 이후 독립된 인격체임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5개월간의 사랑으로 죽은 남편의 아픈 어머니까지 품으려는 젊은 루스의 삶은 소설 속에 성숙한 캐릭터로 승화한다. 참으로 도덕적이고 정신승리한 여성의 표본이다. 그러나 그녀의 지금 이 행동이 '자기만족의 방향'에서의 일시적 감정을 확대해석 한 것이라면? 루스와 포크너 부인의 앞으로의 관계는 동상이몽에서만 그치지 않을 것 같은 무시무시한 상상을 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