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선의 어머니가 '어떤 기쁨과 상대의 호의에도 마음을 놓지 않으며, 다음 순간 끔찍한 불운이 닥친다 해도 감당할 각오가 몸에 밴 듯한 오래 고통에 단련된 사람들이 특유하게 갖는 침통한 침착성'을 가진 것 같다고 말한다.
인선의 어머니는 제주 4.3 사건의 직접 경험했고 인선이 어머니에게 들은 그 이야기를 설명할 때, 그 끔찍함이 온전히 전해지는 느낌이었다. 계속해서 묘사됐던 눈이 얼굴에 앉는 장면도 보통의 장면과 대비되면서 그 고통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나에겐 아직 이런 정도의 고통스러운 일은 아직 없었고 앞으로 나에게 이런 일이 있을지 상상도 잘 안된다. 만약 이런 경험을 한 사람을 만난다면 이 사람은 사연을 모르는 누군가에게 오해를 사기 쉬운 사람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해를 받으면서 생길 수 있는 부정적인 상황들이 그 고통에 비해 사소한 것이라고 여겨져 '침통한 침착성'을 지키는 것 같다. 이 사람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 때, 최대한 선입견 없이 대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람들이 많이 갖는 편견들에 대해 상대방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에는 익숙해졌지만 개인적인 사연을 통해 굳어져버린 성격을 이해하는 것은 생각지도 못했다. '개인적인 일 때문에 상대방에게도 불편을 주는 것은 좋지 않다'라는 이기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던 나를 반성하게 했다. 공적인 관계에서는 그 정도로 깊이 생각할 필요는 없을 수도 있지만 사적으로 깊은 관계로 나아가고 싶다면 첫인상으로 사람을 판단하고 나에게 선입견을 심어놓고 그 사람을 바라보면 안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