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하지도 무심하지도 냉정하지도 않은, 어렴풋이 따스한 쪽으로 기울어 있는 것도 같은 눈길이다.'
'나'는 정거장에서 만난 노인의 눈길을 이렇게 묘사했다. 그리고 이 노인이 인선의 어머니를 떠올린다고 했다. 무심하지만 미묘하게 따뜻한 것. 그래서 살갑게 어른을 대하지 못하는 '나'도 먼저 말을 걸어보게 만드는 눈길.
분위기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요즘 갑자기 다른 사람들과 같이 하는 일이 많아진 와중에 이 대목을 읽게 되었는데 나에게 그런 분위기가 풍기지 않아 새로운 사람과 이야기를 이어나가는 것이 어려움이 있었던 것인지 고민해보게 되었다. 개인주의적인 성격을 갖고 있긴 하지만 '대화를 하고 싶지 않다, 함께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를 표현한 적은 없는데 내가 은연 중에 그런 분위기가 풍겨서 대화와 관계 맺기가 어려웠던 것인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억지로 내가 먼저 관심을 표하다가 더 어색해진 경험들 때문에 다가가기도 어려운 것 같다.
모든 관계에서 원만한 관계, 편안한 관계를 맺으려는 욕심을 버려야 하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