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표지 디자인만 봤을 때는 라이트 노벨이나 만화책 같은 느낌.
하지만 그 덕분에 큰 부담감 없이 이 책을 읽어봐야겠다는 결심이 선 것도 사실이다.
책 표지 앞쪽에 연필로 뭔가를 하고 있는 아이가 이 책의 중심인물 중 하나인 '독고솜'이다.
독고솜은 지금 노트에 고양이를 그리고, 그 그림 고양이는 가볍게 날아오른다.
그 이미지는 책의 뒷부분에서 확인이 가능한데, 너무 귀여워서 같이 올려본다.
이렇게 고양이가 반짝이며 하늘로 떠오르는 것은 이 소설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그리고 저쪽 편에서 턱을 괴고 독고솜을 바라보고 있는 아이는 탐정을 꿈꾸는 '서율무'.
교실 뒷문 쪽에서 독고솜 쪽을 째려보고 있는 머리 긴 아이는 학교에서 여왕으로 군림하고 있는 '단태희'.
그리고 아마도 그 옆에 서 있는 단발머리 여자아이는 단태희의 심복인 '선희'이지 싶다.
표지에 있는 아이들이 이 소설의 주요 인물들이다.
이 이야기는 탐정 서율무와 여왕 단태희가 번갈아가며 이야기하는 형식이라 등장인물들의 바로 곁에서 사건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이야기는 복잡하지 않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권력을 가지고 군림하려는 아이와 그 아이의 곁에서 그 권력의 맛을 보려는 아이들, 그리고 그 권력을 유지시키기 위한 희생양들, 마지막으로는 그 무엇에도 관심 없이 지내는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의 다른 점은 거기에 마녀인 '독고솜'이라는 존재가 들어간 정도랄까.
못된 아이라던가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독고솜은 정말 '마녀'다.
그 덕분에 일상적인 학교 내에서의 이야기들이 환상 동화 같은 느낌을 띠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그 환상 동화 같은 부분의 디테일이 학교에서의 일들에 비해 조금 떨어지는 것이 아쉽다.
환상은 너무 환상으로 남겨놓은 느낌이랄까.
캐릭터들의 이름이 굉장히 독특한데, 독고솜은 뭔가 독특하면서도 마녀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그랬나 싶기도 하다.
탐정 서율무나 여왕 단태희는 어디서 따온 이름인지 궁금해진다.
단태희는 자꾸 '신곡'의 저자 단테가 생각나긴 했다.
단태희의 마음에 지옥이 들어앉아있어서 그런가 싶기도.
그럼 율무는 율무차에서 왔나??? 어디 보자.. 율무차의 효능이 어찌 되더라...?
어쨌든 아이들은 계속 자랄 것이다.
단태희도 어머니의 조언 대신 자신의 성격대로 다시 바뀌어갈 시간이 많다.
그렇게 다들 지금보다는 나아질 것이다.
아쉬운 건 단태희의 오빠인 단진에 대해 궁금하다는 것 정도?
엄마가 과하게 감싸고돌고 그로 인해 단태희에게 경멸을 당하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문 앞에 쥐들을 산처럼 쌓아놓을 만큼 고양이들의 사랑을 받은 아이가 아닌가.
긴 잠에서 깨어날 독고솜의 엄마도 궁금하긴 하다.
깨어나서 조금은 바뀐 독고솜을 보고 어떤 말을 해줄지도 궁금하고.
이렇게 책을 읽고 나서도 생각이 많아지는 걸 보면 나도 독고솜에게 반해버렸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