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는 영상을 찍어서 그걸 직업으로 삼는 일보다 간직하는 일에 더 열의를 가지고 있다고. 그리고 그건 어느 면에서나 실패가 아니라고.
"그래, 실패는 당연히 아니지만 그렇다면 뭐라고 이름 붙일 수 있을까?"
"이름을 붙인다고?"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사표랑 낸 것과 너가 더이상 상영을 목적으로 하는 영화를 하지 않는 것."
영웅은 카메라를 만지작거리며 한동안 생각하더니 "글쎄, 그런 건 인생을 더 깊이 용인한다는 자세 아닐까?"라고 결론 내렸다. 영웅의 그 말은 그 무렵 읽고 있던 볼테르의 책과 함께 내가 힘껏 잡고 놓치 않는 것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