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분위기와 친구인 복자의 사건을 다루는 판사 이영초롱의 내심의 갈등을 다룬 소설이었다. 재미있게 읽긴 하였지만 다소 아쉬운 점이 어디까지나 판사 이영초롱이 객관적이지 못하고 편파적인 입장(인간이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에서 병원 측을 바라 보았다는 것이다. 그 뿐만이 아니라 자신이 가지고 있는 지위에 걸맞는 행동을 하지 않고 친구라는 이유로(이 소설은 이영초롱 말고도 다른 판사도 접대를 받는 등 마찬가지였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이영초롱에게 면죄부를 주는 인상이었다) 어느 한 쪽 당사자와 재판 진행중에도 종종 만났는데 그것을 상대방인 피고 측에서 문제삼을 때까지 물러나지 않고 있었다는 거다. 결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인데, 이 소설에서 그런 비위사실들을 아름답게 비추고 있었다. 상대방이 병원 측이 아니라 간호사 측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세상이 뒤집어졌을 것이다. 또 이 소설에서 철저히 무시된 사람이 있다. 바로 간호사 측을 대리하는 변호사다. 사실 민사소송은 쌍방이 다투는 내용을 가지고 법원이 판단하는 것인데, 이 소설을 보고 있으면 원고 측 변호사는 어디 갔는지 안 보이고 '판사(복자 편)VS병원'이어서 심히 불편하다. 문제는 내가 접했던 사건들도 이러한 양상을 띄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 소설이 상당히 사실적이었다는 점에서 더 불편하다. 한 쪽 편 들고 있는 판사들을 재판에서 종종 봤으니 말이다. 판사들을 AI로 싹 바꿔야 되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마저 드는 것이다. 난 데이터에 기반한 AI판사는 어디까지나 '과거'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에 '미래'사회에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보지만, 이 소설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