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가 쓴 생존자, 라는 단어는 어느 날에는 아주 거룩하고 어느 날에는 거리에 핀 수선화만큼이나 싱그러워. 그는 이런 봉쇄의 나날들에 발코니에서 작은 기쁨을 누리고 있어. 생존자일 수 있는 시간을, 자신을 내보이는 것만으로 골목의 사람들을 위로할 수 있는 시간을, 그렇게 해서 모두를 생존자로 만드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복자야, 나는 너에게도 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넘치도록, 자꾸 넘쳐서 네 머리맡에 그것이 고이도록, 그렇게 해서 너가 파도가 치나 아니면 태풍이 올 참인가 싶어서 잠결에 잠깐 눈을 뜨도록. 그러면 태풍이 올리가 없으니 이 밤 아주 편안하게 자고 있던 흰둥이가 귀찮은 듯 네 방문을 잠깐 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