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를 쓰던 날들에 셀린은 한국의 섬들에 대해 물었다. 자기는 바다를 좋아하고. 나중에 수면에 누워 뜬 채로 눈을 감는 것이 소원인데 한국에도 그런 곳들이 있느냐고. 나는 당연히 있다고 했다 하지만 나중에라도 그런 섬에 갈 때는 말이야, 셀린, 꼭 네가 왔다는 걸 알리고 인사를 해야 한다, 고 덧붙였다. 알려야 해, 너라는 사람이 여기 와 있다는 것을.
“누구에게? 출입국관리사무소? 이민국?”
맞은편 커튼이 다시 열리고 이제는 슬리퍼의 발끝만 보아도 알아볼 수 있는, 그 박수를 받아 마땅한 생존자가 나타났을 때 나는 “모두에게”라고 말했다.
특히 섬의 오래된 신과 보리밭에, 해녀들에게, 고양이를 닮은 돌과 어설픈 낚시찌는 도무지 물지 않는 물고기에게 뿔소라 껍데기로 장식된 담장과 설운애기들이 잠들어 있는 물고기에게, 뿔소라 껍데기로 장식된 담장과 설운애기들이 잠들어 있는 무덤에게, 온전히 걸어야만 이동할 수 있어서 좀 화가 난 관광객들과 태풍이 불면 보름쯤은 모두 사라졌다가 가장 작은 개체부터 나타나 다시 삶을 시작하는 갯강구들에게, 아무리 잘 빗어 놓아도 머리를 다 흩뜨려놓는 바닷바람과 부두에 정박한 배들에게, 오늘도 끊이지 않는 민원들을 해결하느라 스쿠터를 타고 바쁠 미혜씨와 꿈의 변경이 용인되어 섬으로 돌아와 있는 오세에게, 그리고 다 녹아버린 아이스크림이라도 냉동고에 넣으면 얼마든지 다시 우리가 누릴 수 있는 것이 된다고 말할 줄 알았던 현명한 나의 친구, 복자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