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1.10.Mon.>
"누구는 그런 말도 한다. 아이를 유산한 나 같은 경우에는 산재가 인정될 확률이 높다고, 그 돈으로 건강해져서 얼른 아이 다시 가지라고. 근데 나 있잖아, 다시 건강해진다는게 뭔지 모르겠어. 다시 그렇게 된다는 게 무슨 말인지 ..... 어떻게 내가 다시그렇게 돼." _p.138-139_
"영초롱아, 나는 지금 제주가 아프거든. 어디를 가든 아파서 어디 가자고를 못하겠어. 그러니까 너가 가고 싶은 데를 말하면 내가 시간을 내서 갈게." _p.140_
"왜긴 너 지금 울었잖아. 무슨 일인지 몰라도 다 잊어. 다른 생각 해. 그러면 지나간다."
그런 복자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온통 물러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그것이 힘을 쓰고 싶은 마음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_p.142_
"그때도 좋았어. 영초롱, 혹시 내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해. 우리 연구소는 작지만 더 잃을 것 없는 사람들이 모인 단체라 가끔은 아주 용감해지기도 하니까." _p.154_
오세는 드론을 띄워서 찍은 고고리 영상을 올리기도 했다. 그렇게 보면 바다 위에 그 작은 고고리섬이 떠 있는 게 기적처럼 느껴졌다. 연속해서 몰아치는 파도를 견뎌가며 섬은 마치 가지를 뻗듯 선착장과 부두를 만들고 꽃어럼 다채로운 지붕의 집들을 피우고 보리밭과 해바라기밭을 보듬으며 거기에 있었다. 해안의 거친 바위들, 섬의 유일한 공장인 보리 도정공장과 밭둑의 고인 돌들까지, 그렇게 위에서 보니 모든 것이 한없이 아름다웠다. 하지만 드론이 점점 내려앉아 지붕의 시점이 되고 잠자리들의 시점이 되고 우리의 눈높이가 되고 갯강구들의 자리까지 내려와 착륙하면 슬픔이 먼지처럼 피어올랐다. _p.181_
우리 할망이 물질을 오래해서 귀가 안 좋았잖아. 그래서 크게 크게 소리를 질러서 말할 수밖에 없었어. 그러다보면 마냥 우울하고 슬플 수가 없었어. 할망! 나! 슬! 펏! 저! 소리치고 나면 슬픔이라는 게 아무것도 아닌 듯하고 그냥 숨 한번 크게 쉬고 나면 괜찮은 듯하고. 할망이 늘그랬거든, 우리 벨 같은 손주 물숨 쉬지 말고 나가서 바깥 숨을 쉬어라. 어떻게든 너는 본섬도 가고 육지도 가고." _p.215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