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중에야 복자가 그렇게 말한 것은 어쩌면 재판에서 지게 될 것이 두려워서라는 생각을 했다. 그러면 나를 영원히 원망하게 될 테니까. 나라는 애를 영영 그런 악연으로 묶어 기억속에 가둬야 할테니까. 하지만 초저녁에 외로이 뜬 별처럼 들판에 홀로서 있는 그 오름에서 나는 말할 수 없는 배반감과 분노, 내가 맡고 있는 이 직분을 함부로 하는 침해 같은 것을 느꼈다. 그건 내가 베풀고 싶었던 선의와 우정이 깊으면 깊을 수록 더 세게 나를 찌르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