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에 있는 서점'이라는 책의 제목만으로도 수십 가지의 이야기가 뻗어 나올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예를 들면 '달러구트 꿈 백화점' 같이.
하지만 후자가 환상적인 느낌의 소설이라면 이 책, '섬에 있는 서점'은 지극히 현실적인 느낌이다.
나이틀리 출판사의 영업사원 어밀리아가 앨리스 섬에 있는 '아일랜드 서점'을 방문하면서 이 소설은 시작된다.
아이랜드 서점의 주인 피크리는 너무나도 까칠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얼마 전 사고로 너무나도 사랑하는 부인을 잃었던 데다가 자신과 취향이 잘 맞아서 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곤 했던 어밀리아의 전임 하비의 죽음을 이제 막 그녀에게 전해 들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의 사정을 알 게 뭔가.
소설 초반에 피크리는 나와 어밀리아에게 까칠하고 괴팍한 사람으로 찍혀버리고 만다.
하긴 모든 가게의 주인이 '달러구트' 같을 수는 없을 테니까.
피크리는 머릿속에 모든 책과 작가를 넣어놓은 듯한 사람으로, 상대방이 어떤 사람인지를 알려면 그가 좋아하는 책을 물어보면 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다.
책을 좋아하긴 하지만 여러 가지 편견으로 인해 좋아하지 않는 장르나 성향의 책은 근처에도 가지 않는 사람이기도 하다.
그런 그가 생각지도 못했던 사건들로 인해 변화하게 되는 것이 이 소설의 줄거리이다.
그의 노후를 든든하게 지켜줄 거라 믿었던 책을 도난당했고,
갑자기 서점에선 쪽지와 함께 어머니가 일부러 두고 간 여자아이가 발견되기도 한다.
쪽지에 따르면 그 아이의 이름은 마야.
안타깝게도 그 아이의 어머니는 곧 섬의 해안가에서 시체로 발견되게 되고, 여러 과정을 거쳐 결국 피크리가 그 아이를 키우기로 한다.
그러면서 피크리 그 자신과 그의 주변이 변해가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 '로링 캠프의 행운' 같은 13편의 단편 소설의 제목으로 장이 나눠져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각 장의 첫 장에 그 소설에 대한 소개를 짤막하게 하고 있는데, 이 글들은 피크리가 자신의 딸 마야를 위해 적은 글들이라는 것을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이 소개글들과 이 소설의 내용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면서 진행되는데, 언젠가 이 단편들도 다 찾아서 읽어보고 싶어진다.
그러면 피크리와 내가 얼마나 책 성향이 잘 맞는지를 알 수 있게 되리라.
이런 서점이 있다면 그것이 비록 섬에 있는 작은 서점이라도 꼭 한 번 가보고 싶다.
물론 난 서점에 가서 주인에게 책을 권해달라고 말하는 유형의 사람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은 집어 들고 그 자리에서 한 번에 읽어버렸다.
그만큼 재미있다.
중간중간 내가 아는 책 얘기가 나오면 그게 또 그렇게 반갑기도 했고.
하지만 마지막 부분의 전개 때문에 여운이 너무 그림자처럼 길게 남는다.
그러고 보니 정말 우리의 인생은 한 권의 단편집 같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