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라/ 김보라/ 이슬아/ 장혜영/ 손열음/ 전주연/ 자야/ 재재/ 이수정
이 9명의 이야기를 황선우라는 작가가 인터뷰해서 그 내용을 엮은 책이 바로 이 책 '멋있으면 다 언니'이다.
개인적으로는 사실 '여성'을 강조한 글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분명 내가 예전 대학 시절에 배웠던 '여성학'의 궁극적인 목표는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배려하여 다 같이 행복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페미니즘은 오히려 남성을 너무 적대시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나도 안다.
나도 여자고 지금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남녀 차별을 겪었다.
서른 살이 딱 넘어서면서부터는 디자이너로 회사에 면접을 간 것임에도 '언제 결혼할 생각이고 애는 또 언제 낳을 거냐'를 내 포트폴리오를 펼쳐보지도 않은 상태에서 질문받곤 했다.
일 좀 시킬만하면 결혼해서 관두고 애 낳느라 관둬서 회사의 손해가 막심하다나?
거기다 멀쩡한 내 업무가 있었음에도 회사에 손님이라도 오는 날에는 내가 커피를 타서 회의실로 날라야 했다.
원래 성격이 온순하지도 않았던지라 그런 걸로 부딪힌 적도 한두 번이 아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남자를 적으로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회사 생활을 하며 지켜본 바, 남자들도 나와는 또 다른 고충이 있었으니까.
누가 더 고생하냐를 따져서 뭐 하나.
다 고생하지 않게 시스템을 뜯어고쳐야지.
어쨌든 '여성'을 강조하는 것 자체가 여성의 지위가 조금이라도 낮다는 걸 기본 베이스로 삼고 있는 느낌이라 별로다.
'멋있으면 다 언니'는 '잘생기면 다 오빠'라는 문장에서 응용한 듯싶다.
이 책에서 만나볼 수 있는 9명 중 손열음, 전주연, 자야 (어라?? 나도 자야인데?? -ㅅ-a) 는 초면이다.
그리고 그랬기에 그들의 이야기가 조금 더더 흥미진진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다른 인물들은 이미 그 인물에 대한 이미지가 이미 나에게 형성되어 있기 때문이듯 싶다.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재재의 대답인 '교사 가정의 특징이 뭐가 있죠?'였다.
부모님이 교사이신 가정에서 자란 것에 어떤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대한 답이었다.
기억에 남는다기보다는 통쾌했다.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지안이 박동훈에게 '아버지 직업은 왜 물어봐요? 나는 아저씨 아버지 직업이 전혀 안 궁금한데. 어떤 집구석인지 아버지 직업으로 간 보게요?' 하는 장면이 떠오르기도 했다.
그래, 기존의 어떤 관념을 아주 간단하게 부숴버리는 저런 통쾌함이 너무 좋다.
각각의 개인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다.
이렇게 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최선을 다해 가는 것이 멋지다.
어떤 성과를 냈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모습 자체가 그냥 멋지다.
그 멋짐의 대상이 꼭 '언니'일 필요는 없겠지만 언니 중에 멋진 사람들이 많다는 것 또한 너무 멋진 일이다.
자신의 생각을 저렇게 누구나 볼 수 있는 지면을 통해 드러낸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별거 아닌 포스팅 하나 쓰는 것도 얼마나 많이 멈칫거리게 되나.
그런 점에서 저들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리고 자신들이 가진 신념과 생각을 끝까지 펼쳐나갈 수 있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