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읽었던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에서도 제주어가 꽤 나왔었다.
제주어에 대한 기본적인 정보는 커녕, 제주도에 가보지도 못한 나로서는 꽤 난감한 노릇.
그래도 신기한 것이 제주어 부분을 소리 내서 읽다 보면, 눈으로만 읽을 때보다는 조금 더 알아들을 수 있는 느낌이더라.
김금희 작가의 '복자에게'의 주 무대는 제주도이다.
실제 있는 섬처럼 실감 나게 묘사되던 '고고리 섬'도 제주 근방이고.
이 이야기는 '이영초롱'이라는 사람의 시점에서 진행된다.
자신의 남동생이 아니라 자신이 서울의 학교로 가야 한다는 것을, 그 어린 나이에도 떼쓰지 않고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했던 그녀는 결국 판사가 되었다.
제주도 하고도 외딴 작은 섬에서 고모와 함께 유년시절을 보내야 했던 그녀는, 또다시 쫓겨나듯 제주도로 발령받아 내려오게 된다.
어쩌면 그녀에게 제주도는 자신의 의사와는 다르게 밀려나서 닿게 되는 곳일지도 모르겠다.
그런 그녀가 유년 시절 어느 시점까지는 자신의 절친이었던 복자와 다시 만나게 된다.
복자라는 존재 자체도 제주도처럼 그녀에겐 꽤나 강렬한 의미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최근 들어 사법부에 대한 나의 믿음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는 걸 느낀다.
물론 아직 실생활과 동떨어진 법들도 꽤 많지만 그럼에도 그런 법이라도 제대로 적용하면 좋으련만, 그 법에 인간의 이해관계와 권력관계가 끼어드는 모습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판사님은 법대로 정의롭게 처리하실 거라고 믿었던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지경이니까.
하지만 이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지 알 것 같다.
사실 뭐 읽기 전부터도 알고는 있었지만.
자신이 정의롭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뭔가를 제대로 판결해보려는 이영초롱 판사와 같은 사람이 조금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복자와 같은 피해자가 더 이상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당연히.
그리고 자신이 입은 불이익을 피해자가 증명해내야 하는 상황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비전문가인 피해자 측에서 어떻게 자신이 입은 피해를 전문가를 상대로 밝힐 수가 있겠나.
그러기 위해서라도 제대로 된 입법과 사법 기관의 역할이 절실하다.
이 소설이 사회 비판만을 다룬 것도 아닌데, 내게 남은 감상은 다 그런 방향이라는 것이 조금은 슬프다.
이 책을 읽으며 영화 '또 하나의 가족'이 생각나기도 했다.
부디 하루빨리 '사람' 그 자체를 가장 귀하게 여기는 사회가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