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자에게』 는 제주 한 의료원에서 일어난 8년간의 산재 사건과 소송의 모티브가 제주에 대해 써보고 싶다는 막연한 열의와 합쳐진 작품이었다. 행복한 결말을 꿈꾸는 나에게 막연한 결말은 아쉽게 다가오지만, 인생의 순간에서 그 때 취했던 행동이 최선이었을음 생각하고 타인과 나 자신을 '관용'의 눈길로 쓰다듬어 준다는 흐름이 마음에 와 닿는다.
제주라는 섬문화가 갖는 공동체에대한 자부와 관습.
그 옛날 가격 후려 치던 객주와 일본 상인에 대항해 만든 100년을 이어온 조합이 갖는 보수적인 성질.
그런 냉대의 사람들 속 배척이 너무 세게느껴지기에 드러내지 않은 관용의 미덕도 있다는 사실을 미쳐 깨닫지 못한다. 그러나 보이는게 다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치유하며 살아야 한다.
뭘 물어봐도 통 대답이 없어 제주말로 '안 가르쳐줘'를 뜻하는 #앙골아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면 언제든 나서서 할 말 하는 당돌한 어린애를 뜻하는 #돌킹이
이는 모두 이영초롱의 별명이다.
아픔을 애써 외면한채, 당돌하고 당차게 살아가는 영초롱의 제주 삶은 처음부터 끝까지 실패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동생과 나누는 마지막 대화에서 그것은 실패이기보다 자신과 사랑하는 이들에 대한 열려있는 용인라는 생각은, 우리가 삶을 더 애착하게 만드는 것 같다.
친구 규정에게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이 마음에 걸려 답신없는 편지를 쓰며 그리움과 죄책감을 마음에 묻고 살았던 고모는 또다른 영초롱이다. 자신을 롤모델 삼지 마라면서도 듬직하고 배울 점 많은 양선배, 태도에서 묻어나는 소중함을 여전히 간직한채 어긋난 소녀들의 관계를 이어주려 애쓰고 제주도를 이해시키는 고오세, #기렉시트 를 부르짖으며 영초롱편에서서 언제나 힘이 되어주는 홍유. 생각하면 그립고, 부끄럽고, 웃프게도 만드는 복자 등 서브 캐릭터 하나하나가 너무 매력적이다.
상황적 실수로 인해서 멀어졌으나 가끔은 그리운 그 누군가가 용서가 되고 생각이 나는 그런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