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럼프에 빠진 이영초롱 판사 - 갱신을 위해 다시 제주로 왔다. 변호사에게 시원하게 욕설을 퍼부어 최악의 판사로 노미네이트 되었기에 판결의 내용보다 진행 자체가 곤혹인 일들을 감수해야만 한다. 행사에서 만난 초등동창 고오세와의 만나며 잊고싶었던 그때를 떠올려본다.
"말하기 싫은 날들이 시작된 건 그때부터였다. 입을 열어서 공기를 들이쉬고 혀를 움직여 어떤 소리라도 만들어내고 싶지가 않았다. 말은 모든 것을 앗아가버리니까. 복자와 나를 불행으로 몰아놓고 이선 고모와 나의 고모에게도 상처를 주었다. 나는 그들을 좋아하고 사랑했는데 왜 이렇게 되었을까."(p 79)
"지금 생각하면 그건 유년이라는 시간이 상처로 파이는 순간이 아니었을까."(p 84)
이선 고모의 휴게점은 소녀들의 보물 아지트였다. 겨울이 되기전에 마을에선 인부를 사들여 공사를 진행했다. 이선고모를 엄마처럼 따르던 복자는 임공이 이선고모네 자주 왔다거나, 특히 지난 일요일 아침밥을 먹었다는 사실을 말해서는 안된다 당부하였다.
"책상 서랍 안에서 무언가를 찾다가 잘 안 되면 다 쏟아부어서 엉망으로 만들어 버리고 싶은 마음 같은 것. 자주 상처받고 여러 번 실망한 아이가 쉽게 선택하는 타인에 대한 악의. 그게 뭘 뜻하는 지도 모르지만 내 한마디로 그 어른 남자가 겪게 될 곤란에 대한 분명한 만족감. 평소에도 그가 나타나면 뭔가가 깨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으므로 나는 거짓말을 해서까지 그를 변호해 주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까 나는 이 일로 곤란을 겪게 될 사람은 그일 뿐이라고 오팬했던 것이다."(p 96~7)
그러나 어른들의 감정싸움을 대리하듯이 복자와 나의 관계는 끊임없이 나빠졌다. 그것은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어른들 같은 기만의 기술이 없었고 한 번 받은 상처를 아무렇지 않은 듯 포장하는 기술도 없엇다. 잃어버린 친구의 신뢰를 회복할 방법도 알지 못했다. 복자는 자기 엄마가 모멸을 겪은것 처럼 원통해 했다. 그리고 내가 말한 고모의 비밀도 고모에게 밝혔다고 말했다.